직장을 옮기기 위해 헤드헌터들을 만나면 어렵지 않게 듣는 말이다. 평판조회란 말을 처음 듣거나, 듣긴 했어도 막상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임원이나 임원 후보자들로선 황당할 따름이다. 그러나 헤드헌팅업계 관계자들은 “평판조회가 경력자, 특히 팀장급 이상 간부들의 이직과정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 온 기간이 꽤 됐다”고 말한다.
대기업의 마케팅 부장인 C씨(48) 역시 평판조회 때문에 글로벌 전자회사의 해외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는 평판조회 과정에서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외부 마케팅전문가 영입에만 치중해 조직 내부에 갈등과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또 이력서에 재직기간을 실제보다 늘려놓아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헤드헌팅회사의 평판조회 결과를 접한 이 회사 최고경영자는 고심 끝에 그를 임원으로 영입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헤드헌팅회사와 기업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화려한 학력과 경력,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임원 자리를 꿰차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글로벌 기업과 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까지 임원 등 핵심간부 채용 때 평판조회를 실시하면서 평판 때문에 미끄러지는 후보자들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임직원 채용 때 평판조회를 실시하는 것이 업계 전체로 확산되면서 헤드헌팅회사 등 평판조회 전문회사엔 기업들의 평판조회 요청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는 올 들어 기업들이 평판조회 요청이 작년보다 50% 이상 늘어났으며 최근 3개월 동안 임원급 후보자에 대한 평판조회만 80여 건을 진행했다. 커리어케어는 기업들의 평판조회 요청이 급증함에 따라 최근 평판조회 전문 사이트인 커리어체크(www.careercheck.kr)를 오픈해 임원과 전문가들에 대한 평판조회 외에 해외평판조회와 퇴직자 인터뷰 등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평판조회는 서류심사와 인터뷰만으로는 불가능한 옥석 가리기를 할 수 있게 한다. 최근 학력·경력 위조가 신입사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데다 리더십, 도덕성,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은 서류심사나 인터뷰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기업에 치명적 문제를 일으키는 횡령사고 등의 범범사실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에 반해 평판조회는 후보자가 그동안 거쳐 온 직장에서 함께 일한 상사나 동료 등 후보자를 잘 아는 5명~10명과 전화나 이메일, 면담 등을 통해 후보자의의 업무성과,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도덕성 등을 파악하기 때문에 검증의 정확도가 훨씬 높다.
특히 경영진과 대주주의 지인이나 내부 추천으로 채용하는 임원들의 경우 학력, 경력 등은 물론 리더십과 도덕성,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에 대한 검증 절차가 생략되거나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증권회사의 한 인사담당 임원은 “300~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긴 하지만 후보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요 인사에 대해서는 평판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사장은 “평판조회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재채용 과정에서 평판조회가 하나의 필수과정으로 정착돼 가고 있다”면서 “고위공직자 청문회 못지않게 기업에서도 핵심인재를 채용할 때 평판조회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임원을 꿈꾸는 직장인들은 평판조회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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