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움직임이 당장 국내 은행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는 않겠지만 먼 장래를 생각해 보면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이제 국내 은행들은 스스로의 경영건전성뿐만 아니라 대내외 불확실성ㆍ시스템 위험ㆍ금융연계성 등 거시건전성 저해 요인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은행들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계획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추진 등으로 인수ㆍ합병(M&A)에 대해 저마다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형화가 필요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행에 앞서 M&A로 인한 시너지 창출과 수익ㆍ비용 효율성 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꼼꼼히 따져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높아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변화된 글로벌 금융환경을 감안할 때 단순히 대형화만으로 경쟁력을 높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은행의 덩치 못지 않게 전문성ㆍ차별성ㆍ위기 시 복원력(resiliency) 등 체력 보강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은행 간 M&A가 어떤 조합으로 이뤄지든 자산ㆍ수익ㆍ인력 등 영업구조의 글로벌화를 보여주는 TNI(Transnationality Index=[(해외자산/총자산)+(해외수익/총수익)+(해외인력/총인력)]x100/3)는 4%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글로벌 리딩뱅크(28.9~76.5%)는 물론 캐나다 로열은행(세계 36위, 29.2%)이나 영국 스탠다드차터드은행(세계 49위, 86.6%) 등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것이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은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의 무한경쟁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스위스 유니온은행(UBS) 및 스페인 산탄데르은행(Banco Santander) 등은 자국 대형은행들의 국내시장 집중도가 크게 높아진 90년대 중반부터 해외진출을 통해 글로벌은행으로 도약했다. 이는 우리나라 은행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관건은 성장잠재력과 신용문화의 정착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신흥시장국에서 국내 은행 나름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시장(블루오션)을 찾는 것이다. 진출 방식도 규제나 투자리스크가 큰 합병보다는 지분투자 방식이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는 국내 은행들에게 부담도 되겠지만 오히려 좋은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존 글로벌 리딩뱅크들의 아성은 여전히 높지만 글로벌 금융영토는 아직 넓고 할 일도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 기고는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본지 및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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