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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빠른 한국인”···이사님 바이커의 광속 질주

최종수정 2010.09.19 09:29 기사입력 2010.09.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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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일 S&T모터스 이사, ST7 타고 BUB 스피드 트라이얼 참가
한국인 최초···첫 질주서 170km/h 기록
국내 최대 700cc급 크루저 ‘ST7’ 美 시장 선점에 기여


박천일 S&T모터스 이사가 국내 최초 700cc급 정통 크루저 ST7을 타고 보네빌 스피드 트라이얼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가 국내 최초 700cc급 정통 크루저 ST7을 타고 보네빌 스피드 트라이얼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뜨거운 태양아래 끝없이 펼쳐진 평원인 미국 유타주 ‘보너빌 소금사막.’
육상에서 달리는 기계중 가장 빠른 1000km/h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을 만큼 260㎢의 드넓은 면적인 이곳에 매년 8월말경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 기록을 세우기 위해 최고 실력의 모타 사이클 바이커들이 몰려든다. 바로 세계 최대 모터사이클 경주대회인 ‘BUB 모터사이클 스피드 트라이얼’(Motorcycle Speed Trials).

올해 대회는 한국 바이커들에게도 뜻깊은 이정표가 세워졌다. 박천일 KR모터스 이사가 한국인 최초로 이 대회에 참가해 첫 레이스에서 최대 속도 170km/h에 이르는 기록을 세운 것. 박 이사는 지난해 회사에서 개발해 올해 출시한 국내 최대 배기량 700cc급 정통 크루저 ST7을 몰고 레이스에 참가해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브레이크를 풀고 스로틀을 최대로 올린 후 최대 속도가 되자 ST7과 한몸이 되며 평화로움이 느껴졌다며 바이커로서의 새롭게 탄생한 자신의 모습에 환호했다고도 한다.
또한 최고의 메이커들이 내놓은 쟁쟁한 바이커들 속에서도 ST7의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해 향후 제품의 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이며 레이서인 영국의 앨런 캐스카트는 ST7을 시승한 직후 “최고 품질과 안정된 주행성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특히 이번 첫 대회 출전에서 S&T모터스의 임원이 직접 참가한 것은 매우 인상 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레이스를 마치고 돌아온 박 이사가 아시아경제에 보내온 참가 후기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가 보네빌 소금사막에서 열린 보네빌 스피드 트라이얼 경기장에서 경기 참가에 앞서 애마인 700cc급 정통 크루저 ST7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가 보네빌 소금사막에서 열린 보네빌 스피드 트라이얼 경기장에서 경기 참가에 앞서 애마인 700cc급 정통 크루저 ST7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The World’s Fastest Korean’

지난 2일 한국인 최초로 BUB 모터사이클 스피드 트라이얼에 참가한 나에게 현지 사람들이 붙여 준 별명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한국인’이 이라니···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불과 2주 전인 8월 11일, 사장님께서 보낸 한 통의 이메일에 내가 참조인으로 돼 있었다. 내용은 나를 미국 유타주 보네빌에서 열리는 스피드 경주에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잠시 후, 전화를 한 사장님께서 간단히 “할 수 있지?”라고 물어봤고,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대회가 어떤 대회인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모든 일이 그렇게 시작됐다.
남은 시간은 불과 열흘. 7월 24일에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했으니 면허증에 잉크도 채 마르기 전이다. 더군다나 ST7은 아직까지 제대로 타 본 적도 없었다. 서둘러 ‘BUB 스피드 트라이얼’ 관련 자료를 찾고 내용 파악을 시작했다.

지난 2005년에 나온 앤소니 홉킨스 주연의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World’s Fastest Indian)이라는 영화를 통해 대회의 대략적인 성격을 파악하고, 대회규정에 정해진 안전장비들을 준비한 뒤 출국하기 이틀 전 토요일에 처음으로 도로주행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불과 3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국도를 주행하면서 ST7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최고속도 시속 90마일(약 145km/h)까지 달려보는 기회를 가졌지만 일말의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에는 충분치 못했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가운데)가 ST7을 시승하고 돌아온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이자 레이서인 영국인 앨런 캐스카트(왼쪽)와 모터사이클의 성능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가운데)가 ST7을 시승하고 돌아온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이자 레이서인 영국인 앨런 캐스카트(왼쪽)와 모터사이클의 성능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20시간이 넘게 걸려서 유타주 보네빌에 도착했다. 사전답사를 위해 도착한 경기장은 웅장하고 거대한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린 말 그대로 천연경기장 이었다. 주변에 산들이 병풍처럼 한쪽 면에 자리하고 있었고 넓은 소금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소금벌판이 넓게 펼쳐져 있는 곳에 여러 대의 차들이 양쪽으로 정렬돼 있고, 약 1000 여명의 사람들이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모여있었다.

행사에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들. 그냥 바이크가 좋아서, 이러한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 각지에서 몰려 든 자원봉사자들이다. 직장을 일주일 이상 휴가를 내고 자기 비용으로 10시간, 20시간을 운전해서 온 사람들이다. 얼핏 우리 정서에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이 많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이 짧은 일주일간의 행사에 자신이 참가한다는 자체가 기쁨이요, 행복이었다. 본인들이 좋아서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들, 우리가 정말 배워야 할 한 대목이다.

모든 비용을 각자 지불하면서 일주일간 이곳에서 무료로 봉사하는 것 자체가 참 이해가 안 가는 일이지만,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고 그래서 휴가 내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하얀 소금들, 뜨거운 태양, 하여간 세계적으로 이런 곳은 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냥 직선으로만 수십km 이상을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곳. 신호등도 없고, 장애물도 없고, 단지 온 몸으로 속도를 느끼면서 자기 자신과 바이크의 조화만으로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곳. 바로 이곳이 보네빌이다. 이러한 특이성 때문에 매년 수백명의 사람들이 이 외진 곳을 찾아오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바이크(기계)가 하나 되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버려진 소금사막을 누군가의 기발한 발상으로 세계적인 행사로 바꾸어 놓은 창의성, 전형적인 미국인들의 창조성을 느낄 수 있었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의 레이스를 함께한 S&T모터스의 ST7(왼쪽에서 두번째)가 글로벌 메이커의 바이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의 레이스를 함께한 S&T모터스의 ST7(왼쪽에서 두번째)가 글로벌 메이커의 바이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감상에 젖는 것도 잠시. 경기에 함께할 ST7을 최종 점검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9월 1일 출전을 위해 오전 6시 50분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차량과 복장을 검사 받고 참가등록을 받던중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겼다. 내가 타려고 한 바이크 ST7의 일부 사양이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타이어에 있는 고무패킹이 쇠로 만들어져야 하고, 프레임 하단부위에 홀을 만들어서 철사로 연결해야 하는 등 몇 가지 안전상의 문제점을 지적당했다. 사소한 문제라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으련만 안정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철저한 원칙이 적용됐다.

그 때부터 무려 8시간에 걸친 바이크 수리작업이 진행되었다. 부품을 구하고, 시내까지 나가서 수정작업을 하고, 작업을 완료하고 검사에 통과한 시간이 오후 5시 30분. 6시가 종료시간이니까 30분 밖에 남지 않은 시각이었고, 난 이미 기다리다가 지칠대로 지쳐 있는 상태였다. 한낮 햇살이 강렬한데다 바닥이 온통 소금이라 반사되어 올라오는 햇빛이 의외로 강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장거리 여행에 따른 피로까지 겹쳐 있었다. 결국 경기 참가를 다음날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오른쪽)가 보네빌 스피드 트라이얼 대회 스테프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오른쪽)가 보네빌 스피드 트라이얼 대회 스테프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다음날. 대회 마지막 날인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경기에 참가하고 있었다. 오전 7시에 소금사막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의 장관을 보면서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안전한 라이딩 복장을 모두 갖추고, 경기 참가를 위해 최종점검을 했다.

7시 50분, 드디어 경기장으로 이동해 첫 번째 대기석을 통과하고 출발선 대기석으로 이동해 10여대의 선수들이 함께 대기했다. 한명씩 출발하기 때문에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조금씩 긴장감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온 몸으로 엄청난 긴장감이 밀려들었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가 국내 최초 700cc급 정통 크루저 ST7을 타고 보네빌 스피드 트라이얼에서 레이스를 위해 출발하고 있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가 국내 최초 700cc급 정통 크루저 ST7을 타고 보네빌 스피드 트라이얼에서 레이스를 위해 출발하고 있다.


곧이어 내 순서가 됐다. 속으로 수도 없이 ‘나는 한국인이다. 할 수 있다.’를 반복하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곳에서 유일한 한국인인 내가 다른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만든 바이크의 우수성을 입증하리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면서 시동을 걸었다.

마침내 녹색 깃발이 출발신호를 내렸고, 서서히 출발했다.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상체를 최대한 낮추고 정면을 응시하자 하얀 소금바닥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하얀색 바닥이라서 더 속도감이 느껴졌고, 바이크가 다소 좌우로 흔들린다는 느낌도 들었다. 상체를 최대한 낮췄음에도 엄청난 바람의 압박이 느껴졌고 브레이크를 잡거나 조금만 균형을 잃으면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도 엄습해왔다. 짧은 몇초 동안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뒤로 하고, 승부를 걸어보자는 결심을 했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온 정신을 집중해서 스로틀(액셀레이터)을 최대치까지 올려 질주했다. 어느덧 나와 내가 타고 있는 ST7이 한 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면서 순간적인 평화로움이 밀려들었다.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브레이크를 놓은 상태에서 최대속도로 바이크와 한 몸이 되어 달리던 그 순간은 마치 하늘 위를 비행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불과 2~3분의 경기가 그렇게 막이 내렸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가 ST7을 타고 보네빌 스피드 트라이얼 레이스를 마친 후 대회 관계자들로 부터 전달받은 기록표. 최대 시속 105마일(약 169km/h)을 기록했다고 적혀있다.

박천일 S&T모터스 이사가 ST7을 타고 보네빌 스피드 트라이얼 레이스를 마친 후 대회 관계자들로 부터 전달받은 기록표. 최대 시속 105마일(약 169km/h)을 기록했다고 적혀있다.


경기가 끝난 후 진행요원이 내 기록이 시속 105마일(약 169km/h)이라며 축하한다고 악수를 청했다. 105마일?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기록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이크를 그렇게 빨리 타 본적이 없었다. 80~90마일 정도의 기록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순간적인 두려움을 떨쳐 내고 과감하게 최대치까지 속도를 내면서 도전한 것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크루저 타입의 바이크를 타고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100마일 이상을 기록했다는 것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했다는 점, 그리고 바이크 제조회사의 임원이 직접 경기에 참가했다는 점 등은 여러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축하해 주었고, 모두가 환호해 주었다.

세계적인 메이커가 되는 길은 분명 쉽지 않다. 하지만 꾸준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열정을 다 해서 노력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세계 속의 일류메이커로 S&T모터스가 거듭나는 그 날까지 끝없는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정리=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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