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2년...월가, 위기 전 회복 여전히 ‘요원’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리먼 브라더스 붕괴로 금융위기가 촉발된 지 2년, 일부 산업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월가의 대형은행들은 여전히 리먼 여파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부채담보부증권(CDO) 부실 여파로 리먼이 붕괴된 후 세계 각국은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강화된 은행 규제를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데 미국은 ‘금융개혁법’을 통과시켰고 27개국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구로 구성된 바젤위원회는 ‘바젤III’라는 새로운 자기자본 규제에 합의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일부 산업은 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자산운용업체의 경우 자산규모와 순익이 올들어 빠르게 정상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영국 최대 투신사 슈로더투신운용의 상반기 매출은 370억파운드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컨설팅업체 프린서플 서치의 마틴 로리건 대표는 “올해 자산운용 산업의 매출은 2007년의 75%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면서 “이는 지난해 보다 5배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기의 진앙지였던 월가의 대형 은행들은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피프스서드 자산운용의 존 피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가의 펀더멘탈은 위기 전 수준의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리먼 붕괴로 월가의 모든 사업 부문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전망마저 암울하다는 것. 월가의 10대 대형은행의 내년 순익 전망치는 위기 전인 2006년대비 최대 8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JP모건체이스를 제외하고 모든 은행들의 순익이 2006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의 내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0.45달러로 2006년 4.25달러에 비해 89%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내년 EPS 전망치는 1.53달러인데, 이는 2006년 4.72달러에 비해 68% 감소한 것. 이 밖에 UBS는 62%, 모건스탠리는 51%, 바클레이스는 42% 감소가 예상됐다. 다만 JP모건체이스의 내년 EPS 전망치는 4.64달러로 2006년의 3.82달러에 비해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순익 감소와 더불어 강화된 은행 규제는 월가의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금융개혁법의 골격인 ‘볼커룰’은 은행의 자기자본 거래를 금지하고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 투자를 핵심자본의 3%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에 따라 대형은행들은 자기자본 거래를 담당하던 부서를 폐쇄하거나 분사하고 있다. 이는 본업보다 자기자본 거래에 집중하면서 쏠쏠한 이득을 챙겨왔던 월가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특히 자기자본 거래 비중이 월가 은행 중 최고 수준인 10%를 차지했던 골드만삭스는 수익 보전에 비상이 걸린 상태. 피셔 매니저는 “강화된 은행 규제로 향후 몇 년 안에 월가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변할 것”이라면서 “월가에 대한 주식 투자는 당분간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저금리가 유지된 상태에서 2011~2012년 미국 경제가 회복돼 금융권에 자금이 다시 돌기 시작한다면 월가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은행주는 상당히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한결같이 은행권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은행 규제책의 불확실성과 암울한 미국 경제 전망이 투심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
미국 금융개혁법은 시행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금융개혁법에 따라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자 신평사들이 이에 반발, 공식 문서에 신용등급 기재를 금지한 것. 이에 따라 신용등급을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일부 채권들의 발행이 불가능해지면서 미국 채권 시장은 한 때 마비 상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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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역시 당분간 미미한 성장세를 기록하거나 최악의 경우 더블딥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밀러 앤 워싱턴의 마이클 파 회장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규제 강화로 월가는 내년에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위기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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