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明)왕조 개국 초기에, 황제 주원장은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생사를 함께했던 개국공신들이 같은 고향 사람들이란 사실을 크게 걱정하였다고 합니다. 그때 ‘회서인 출신’이란 신분은 지금의 ‘영포회’같은 존재에 해당됩니다.
득세한 무장(武將)인 회서인들의 지역정서에 의해 조정공론이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데 무엇보다 신경을 써야만 했습니다. 측근 공신들 대부분이 재물과 권력과 여자를 탐하는 투박한 사나이들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요.
때문에 황제직속으로 어사대란 감찰기구를 만들고 좌도어사란 수장 자리에 꼬장꼬장한 유학자인 유기를 임명합니다. 그 직위를 자신에게 닥친 재앙이라고 여겨 노구(老軀)에 병을 핑계대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은둔하려고 했지요.
하지만 주원장 또한 노신의 그런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칙령을 내려 그를 불러들여서 직접 ‘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용어를 언급하며 누구든지 탄핵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을 주었습니다.
특히 탄핵의 대상이 전장에서는 호형호제하며 친형제들보다 더 가까웠던 혈맹의 동지들임을 잊지 않았기에, 각자의 속성에 따라 살아가도록 우선 적당한 자리를 만들어줍니다. 고향 회서와 연고가 없는 유기에게 6부 3원의 중서성과 모든 문무백관들을 감찰하는 직책을 부여했던 지존의 용병술.
그가 명예를 중시하는 선비로서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공평무사하게 처리할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모든 공신들의 신상에 관한 자료를 챙겨서 오로지 장점만을 보려고 했던 영명한 군주였기에 가능한 파격적인 인사였습니다.
그날 이후 황제형님을 믿고 대전(大殿)에서 발호했던 측근들이 하나 둘 잘려나가게 됩니다. ‘회서인은 회서인을 다스릴 수 없다’는 단순한 대원칙이 근 300년 명왕조의 기초를 세웠던 것입니다. 탐욕에 휘둘리기로는 회서인들이나 영포인이나 속성은 같습니다.
기세등등했던 동생들이 모조리 변방으로 내려가는 걸 지켜보는 ‘황제형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습니까. 개국공신들이 거의 참살당하는 옥사를 일으키며 재위 30여년에 걸쳐 치세터전을 닦습니다. 오직 왕조를 살리기 위해 부득이 인연을 끊었던 황제로서의 고독한 결단.
'민간인 불법사찰'문제가 본격 거론된 후 3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몸통이 누군지 의혹만 무성한 채 한두 사람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지요. 그리고 MB정권 출범과 동시 공직사회에서 소문으로 나돌고 있는 소위 '영포회'(영일·포항의 5급 이상 공무원 모임)란 존재.
지난 5공, 6공 군사정권시절 군 내부 최고의 파워인맥이었던 사조직 '하나회'가 생각납니다. 관전자로서 보기에도, 실체를 잘 모르지만 왠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란 속담이 자꾸 떠오릅니다. 게다가 현재까지의 수사진행과 결과를 보며 혹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은 아닌지’ 라는 의구심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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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여당의 현역 국회의원이, 그것도 친이계의 의원들이 피해당사자가 되어 강력하고 집요하게 시정과 규명을 요구하는 것이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야당도 이 영포회를 대통령의 대표적 '친위 사조직'으로 규정해 반드시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밝힐 정도로, 장차 정국의 큰 걸림돌이 될 여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정치에 있어서 ‘형님’이라는 존재와 아슬아슬한 공격 수위, 천지를 뒤흔들며 북상하는 태풍의 위력을 함께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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