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르포]찬바람 부는 학원가 "사교육 불패는 옛말이죠"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 옛날이여.'

전국 유명 학원이 밀집해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목동사거리, 오목교역 인근의 16일 밤 풍경은 여름방학 특수가 무색했다. 목동 지하철역 바로 옆에 자리한 J학원, D학원 등 강북, 강서권 입시생 수요를 독점하다시피하는 대형 학원뿐만 아니라 초·중·고교생 영어와 수학에 특화된 보습학원 주변 도로에는 귀가 학생을 실어나르기 위한 셔틀버스가 오갔지만, 예년처럼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강북권 대표 학원가인 중계동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중소형 학원의 30% 정도가 최근 2년간 문을 닫았다. 강남 대치동과 목동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권리금을 포기하고 나가는 학원이 속출하는 가운데 유명 대형학원까지 부동산에 매물로 나오고 있었다. 다른 곳보다 사정이 낫다는 강남 대치동에서도 일부 학원은 오후 6시 황금 시간대에도 강의실 절반 가량이 비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 임대료는 껑충, 학생은 뚝 "버틸 재간이 없다" = 서울에서 '빅3'로 꼽히는 유명학원가의 중소형 학원들이 냉엄한 시장논리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내수침체 장기화로 이어지면서 수강생이 절반 정도 감소하는데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임대료까지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영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한 풀 꺾인 교육시장을 노크하는 수요가 없어 장시간 간판을 내려놓고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목1동 K부동산연구소 L모 대표는 "지금 나오고 있는 매물은 50평(165.3㎡) 기준으로 보증금은 2년 전보다 3000만원 올라간 1억5000만원을 호가하고 월세도 800만원"이라면서 "학원이 위치했던 곳은 수 억원의 권리금까지 걸려있어 매물이 나와도 찾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
중계동 H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지난 2002년 실평수 100평(330.5㎡) 기준 보증금이 5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3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같은 조건의 건물이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가 600만~700만원"이라면서 "학원 수익도 감소한데다 임대료마저 폭등해 이중고를 이기지 못하고 학원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일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학원의 경우 2008년 이전에는 월 평균 2~3건 정도인 매물이 최근에는 10건 정도로 5배가량이나 늘어났다.

사정이 이렇지만 학원 영업 환경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목동 학원을 정리한 J모씨는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정부가 EBS위주의 입시 방침을 밝히면서 수강생이 절반 정도로 뚝 떨어졌다"면서 "서울, 경기권 학원이 지방 보다 더 어려운 실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혀를 찼다.

대치동의 한 중소형학원 관계자는 빈 강의실로 안내하며 "보다시피 방학인데도 학생들의 발걸음을 뚝 끊었다"면서 "대형학원과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주변 영세학원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음식점, 서점 등 주변 상권도 휘청 = 불황의 찬바람은 학원에만 멈추지 않았다. 수강생 수가 소득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인근 식당가와 서점 등도 한겨울 같은 여름을 나고 있었다.

중계동에서 18년째 음식점을 하고 있는 박 모씨는 "지난 2005년까지 6개월 평균 3000만원 정도 벌었지만, 최근에는 같은 기간 2500만원 벌기도 벅차다"면서 "지난해에 직원을 한명 줄였고 상황이 나빠져 음식점을 내놓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이마저도 포기했다"고 하소연했다.

오목교 대형서점으로 꼽히는 D서점 관계자는 "방학인데도 서점을 찾는 학생들 수가 예년에 비해 2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면서 "지난해 이후 인근 소형 서점 두 곳이 문을 닫았고, 몇몇 서점도 매물로 나와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일부 소형 학원은 불황의 그림자를 피하기 위해 심야보습 외줄타기 영업을 감행하고 있기도 했다. 대치동과 목동 일대 영세 학원들이 오후 10시 이후에도 커튼을 내려놓고 서울교육청이 금지하고 있는 심야보습을 통해 수지 맞추기에 나선 것.

대치동 학원가 편의점 관계자는 "자정을 전후해 어깨에 책가방을 둘러멘 학생들이 삼삼오오 이곳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J모씨는 "지난해 심야보습 금지 조례안이 시행된 초기에는 서울교육청에서 단속을 심하게 해 오후 10시 이전에 수업을 끝냈다"면서 "그러나 요즘에는 다시 단속이 시들해지면서 학생 4~5명 정도로 비밀리에 심야 수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태진 기자 tjjo@
이승국 기자 inklee@
김도형 기자 kuerte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