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변제에 평당 100만원 통경매 아파트까지 속속 등장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대한민국 아파트가 바겐세일 중이다. 대출이자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의 투매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파격적으로 할인된 대물변제 아파트가 등장했다. 지방에서는 3.3㎡(1평)당 100만원대 통경매 물건까지 나왔다.
이처럼 파격적인 수준에 나온 급매물은 기존 매물의 거래를 막아 가격을 또 내려가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에 입주가 시작된 남양주의 A아파트 56평형이 분양가 5억5000만원(기준층 기준, 발코니 확장비용 포함) 보다 33% 할인된 3억7000만원에 시중에 나왔다. 그동안 수도권 지역에서 30~40%대 할인이 가능했던 아파트는 대부분 일반인 수요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통매각 형태로 팔려왔다. 협력사가 원청 건설사로부터 건설비 대신 대물변제로 받은 이 아파트가 입주가 시작된지 5개월이 지났지만 팔리지 않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 경매시장에서도 헐값에 팔리는 '땡처리' 통매각 아파트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아파트 대다수는 공사가 중단됐거나 무더기 미분양된 사업장으로,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들이 설정한 유치권 등의 우려로 몇 번의 유찰과정을 겪으며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 6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경매로 나온 아산시의 한 아파트는 감정가는 1213억8180만원이었지만 최종 낙찰가는 271억11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감정가의 22.34% 수준이다. 전체 가구수가 2156가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1채당 낙찰가는 1257만원대다. 전용면적(38.49~47.67㎡)을 감안하면 3.3㎡당 100만원 안팎에 팔린 셈이다.
5월에 통경매된 강원도 동해시의 아파트 600가구도 1채당 1474만원 수준에 낙찰된 바 있다.
일반 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아파트들도 할인판매 물량이 넘친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고덕동 고덕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의 잔여물량을 9~10% 할인하고 있으며 현대엠코도 동작구 상도동에 공급한 아파트의 미분양물량을 12% 할인해 분양 중이다.
대표적인 투자대상지로 꼽혔던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도 분양가 대비 2000만~3000만원 떨어진 물건을 찾긴 어렵지 않은 상태다.
최근 아파트 가격 급락세는 그동안 급등하면서 끼어있던 가격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 과정 중 현금을 주면서까지 처분하는 금깡통분양권이나 30%대 할인된 대물변제 아파트, 깡통수준의 경매 아파트 단지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부동산 가격레벨을 한 단계 낮추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분양·통매매·땡처리 정보뱅크를 운영하는 이원식 대표는 "건설사들이 조심스럽게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할인매각 정보는 금융가와 부동산업계에 순식간에 퍼져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매각 협상이 이뤄지면 이는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30~40%대에 개별 땡처리가 가능한 물건으로 와전되는 상태"라며 "기존 할인 아파트의 거래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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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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