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서 막 내려 국물이 팔팔 끓고 있는 채로 앞에 놓인 삼계탕을 사람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잘도 먹는다. 이보다 더 확실한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삼계탕은 뜨거운 음식이지만 오히려 여름에 가장 인기가 있는 음식이다. 매년 복날이면 삼계탕 집 앞은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오로지 삼계탕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뙤약볕도 마다않고 줄을 서서 연신 부채질을 해대는 사람들을 보면 그 인기가 아이돌 부럽지 않을 정도다.
그야말로 여름은 닭의 계절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여름에는 부쩍 닭고기 소비량이 늘고 닭고기의 주가는 치솟는다.
삼계탕과 치킨뿐이 아니다. 몸짱 열풍이 불면서 몸 만들기 삼매경에 빠진 한국인들은 그들의 식단에 제일 먼저 닭가슴살을 추가했다. 더욱이 여름휴가를 앞두고 해변에서 늘씬하고 탄력있는 몸매를 자랑하고 싶은 욕구로 닭가슴살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닭을 먹었을까? 야생에서 살던 들닭을 사람들이 기르기 시작한 것은 인도에서 BC 1700년경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길러진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의 '천마총'에서는 달걀의 껍질이 출토됐고 고구려 '무용총'에는 꼬리가 긴 닭의 벽화가 남아 있다. 또한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서는 한(韓)나라에는 꼬리 길이가 5척에 이르는 세미계(細尾鷄)가 있다고 했고 '후한서'에서도 마한에는 장미계(長尾鷄)가 있는데 그 꼬리 길이가 5척이나 된다고 전했다.
송나라 때 문헌인 '개보본초(開寶本草)'에서는 약용으로 조선의 닭을 써야만 한다고 했으며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수많은 닭의 종류 중 조선산 장미계는 다른 닭에 비해 훨씬 맛이 좋다고 기록하는 등 한국 닭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지방,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에 고단백질의 닭고기는 대표적인 '화이트 미트(white meat)'로 꼽힌다. 살코기가 흰색을 띄는 화이트 미트는 웰빙시대에 걸맞는 육류 소비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닭고기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닭고기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해 이미 소고기를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육류인 돼지고기의 자리마저 넘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닭고기가 90년대 이후로 쭉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어 닭고기 소비가 많은 것을 선진국형 육류 소비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계탕은 닭 요리의 일종이다. 닭 한 마리를 그대로 넣고 그 속에 찹쌀과 인삼을 넣고 수프를 부어 몇 시간 푹 삶은 것으로, 수프는 담백한데 닭은 젓가락만 갖다 대도 살이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져 있고 인삼의 강렬한 향기도 풍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입속에 넣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류는 그의 소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에서 삼계탕을 이렇게 표현했다.
말복이다. 무더위 속 줄을 서거나 뜨거운 불 앞에 서있는 건 정말 싫은 일이긴 하지만 유난히 더운 이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 삼계탕으로 입속에 생명을 불어넣어 보자.
송화정 기자 yeeki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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