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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김복용의 담배는 믿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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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 월남 담배장사 시작 '신용'으로 사업 일으켜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고 김복용 회장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우선시했던 덕목은 신용(信用)이다.
그는 생전에 "신용은 인간의 가치를 재는 거울이다. 신용있는 사람으로 평가되면 돈이 없어도 반드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신용은 불변의 자본금이나 매한가지다. 금전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신용이란 말은 그래서 진리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이처럼 신용을 중요하게 여겼던 이유는 해방 후 시작한 사업을 통해 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본래 함경남도 이원군 출신으로 일제 해방 직후 월남했다. 이후 피난민들에 의해 조성된 서울 방산시장과 남대문시장에서 좌판장사를 시작해 피나는 노력과 철저한 신용을 바탕으로 일가를 이뤘다.

처음 시작한 담배장사에서도 그의 평생 신조가 여실히 드러난다. 전쟁 후 먹고 사는 데 급급했던 나머지 당시 시장터는 서로 속고 속이는 일이 다반사였다. 특히 담배의 경우 대부분 수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담배장수들은 눈에 잘 띄는 권련 양쪽 끝에만 좋은 담배를 놓고 보이지 않는 중간에는 잡초 등을 넣고 말아서 판매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나 김 회장은 달랐다. 더 비싸더라도 남들보다 좋은 제품을 가져다 믿지 못하는 고객에겐 직접 품질과 장단점까지 상세히 알려줬다. 이후 김 회장을 믿는 거래처는 날로 늘어났으며 돈도 벌기 시작했다.

'김복용의 담배는 믿을 만하다'는 입소문은 곧바로 김복용 회장 자체에 대한 믿음으로 확산됐다. 물건을 받을 거래처 사람이 바쁜 경우 아예 김 회장에게 돈통을 내주며 돈을 알아서 가져가라고 했을 정도.

김 회장은 훗날 이 시절을 떠올리며 "일단 신용의 기반이 닦이자 나의 오른쪽엔 팔아달라고 물건 맡기는 사람이 줄을 섰고, 왼쪽엔 내 물건 사겠다는 단골이 늘었다"면서 "정직과 신용이 가져다준 대가였다"고 말했다.

한국낙농가공을 인수한 이후 사업 초창기, 가장 중요한 파트너였던 농민들과 쌓은 신뢰도 유명한 일화다. 유가공 사업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낙농전문가와 목장주들은 애초 정부는 물론 김 회장에 대해서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김 회장이 먼저 카드를 제시했다. 그는 담보 능력이 농가에 직접 신용대출을 해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담보가 없어도 농민들의 채무에 대해 상호 신용보증을 하면 농가에 자금을 내주겠다고 한 것이다. 또 다른 사업파트너였던 정부가 난색을 표했지만 김 회장은 "일이 잘못될 경우 내 소유주식을 다 내놓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당시 일에 대해 "담보를 보고 대출한 것이 아니고 농민 자신을 믿고 그들을 담보했다"며 "아무리 탄탄한 담보를 제공했다 해도 낙농에 대한 신념이 없이 이자 싼 융자나 얻어 쓰자는 식의 사람들보다 그들이 더 미더웠다"고 회고했다. 신용대출을 받은 이들 농가는 향후 한 사람의 체납도 없이 모두 원리금을 반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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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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