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현진 기자]14일 오전 9시.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의 아침은 전날과 다르지 않게 시작됐다. 목탁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유족들은 고(故) 이순정 여사에게 상식을 올리고 첫 조문객을 받았다.


그때였다. 첫 조문객이 돌아간 후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의 왼손에 슬며시 손을 얹었다.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건 장례 사흘만에 처음이다. 큰 일을 치르는 동안 두 사람 마음 속에 지나간 수많은 상념이 지나갔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그 상태로 옅은 웃음을 머금은 채 귀엣말을 나눴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고,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 수 없지만 여태껏 볼 수 없었던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형제를 바라보는 영정 속 고인도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후 빈소 분위기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형제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얼굴도 한결 편안해진 표정이었다. 첫날 서로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냉랭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이 여사의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도 메우지 못한 형제간 갈등의 골은 그렇게 서서히 봉합되고 있었다.


처음 빈소가 마련됐을 때만 해도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우려가 담겨있었던 건 사실이다.


경영권 분쟁과 박찬구 회장의 불명예 퇴진, 그룹의 유동성 위기 등 잇따른 내홍을 겪으며 형제간 사이가 급격히 악화된 탓이다. 이 여사의 임종 소식이 전해진 후 이번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이 화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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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마지막 날인 16일 형제는 발인 절차를 위해 광주에 내려갔다가 저녁 항공편을 이용해 서울로 돌아온다. 어머니가 영면하신 곳에서 마음속에 남아있는 마지막 앙금까지 쓸어버리고 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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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진 기자 ever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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