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확실한 투자처에만 쏠림 현상..자금단기화 2년9개월만에 사상최고..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금융시장의 돈 흐름이 심상치않다. 시중에 길 잃은 부동자금은 이미 600조원을 넘어섰다. 예금, 채권, 부동산, 주식 등 어느 것 하나 뚜렷한 투자매력이 없어 투자자들도 갈피를 못잡고 있다.


이렇다보니 시중자금은 어디에도 안착을 못하고 기웃거리기만 하다 확실한 투자처에만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단기수익을 좇는 투기적 동기의 통화량이 많아지면서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급격하게 쏠리거나 금리인상을 기다리면서 실물로 가지 않고 금융시장을 맴도는 유동성 함정이 생겨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부동자금의 상당 부분은 고정적으로 부동화돼 있다며 자칫 장기화될 경우 일본처럼 장기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600조원, 길을 잃고 헤메다=부동자금은 일정한 자산으로 투기적 이익을 얻기 위해 시장에 머물고 있는 대기성 자금을 말한다.부동자금에는 현금통화와 수시입출식 예금,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6개월 미만 단기수신이 포함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단기부동자금은 2월 말 현재 614조3600억 원을 기록했다. 단기부동자금은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 500조 원을 넘어1년 만인 지난해 10월 600조 원을 돌파해 5개월째 600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단기 투자상품인 MMF와 CMA는 가파른 증가 속도를 보이며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를 이끌고 있다. MMF잔액은 11일 현재 83조7077억원으로 삼성생명 공모주청약으로 빠져나갔던 이달 3일 이후 4조원 가까이 늘었다. CMA 잔액 역시 지난해 말 38조2337억 원에서 11일 현재 41조6704억원까지 증가했다.


◆자금 단기화 갈수록 심화=문제는 단기화다.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시중자금 단기화는 2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자금 단기화 비율은 지난 2월 19.00%를 기록해 2007년 5월 19.12%에서 6월 18.95%로 하락한 이후 처음 19%대로 올라갔다


장기 금융상품에 돈을 묶어두느니 언제라도 꺼낼 수 있는 단기 상품에 맡겨두고 금리가 오르거나 수익이 높은 투자처를 기다리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단기수익을 좇는 투기적 동기의 통화량이 많아지면서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급격하게 쏠릴 가능성도 크다.


이처럼 단기부동자금이 크게 늘면서 시중자금을 흡수하는 한은 통화안정증권 발행이 3월 통화안정증권 순발행액은 9조67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금리정책 유지를 위한 정부의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전철 밟을까 우려=이처럼 부동자금이 고착화되면서 전문가들은 한국이 1990년대 일본의 장기 부동화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투자신탁협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 MMF는 92년 5월 말 1조5137억엔에 불과했지만 93년 10월 10조엔을 넘어서면서 줄곧 10조~15조엔대를 유지했다. 99~2000년에는 수개월 연속 21조엔을 웃돌기도 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처럼 MMF가 빠르게 증가하는 흐름에서는 일본처럼 부동화 고착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엄청난 유동성이 한 부문으로 쏠리면서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당 기간 국내 유동성이 특정자산에 정착하지 못하고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안순권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주식과 채권에 투자되는 단기자금이 늘고 있다"며 "경제회복세가 본격화할 경우 통화당국이 통화량을 통제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금리 인상 등 선제적인 조치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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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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