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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의 골프파일] 발렌타인은 '깍두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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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용은이 발렌타인챔피언십 둘째날 '35홀 마라톤 플레이' 도중 피곤한 듯 하품을 하고 있다. 사진=KGT제공

양용은이 발렌타인챔피언십 둘째날 '35홀 마라톤 플레이' 도중 피곤한 듯 하품을 하고 있다. 사진=KGT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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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깍두기'란 말이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 어렸을 적에 술래잡기나 무슨 놀이를 할 때 짝이 안 맞으면 남는 사람을 깍두기라 불렀던 것 같다. 사전에서 어원을 찾아보니 공식적인 해석은 없고, 과거에 김장을 하고 남은 무를 대충 아무렇게나 잘라서 김치에 넣어 '김치도 아닌 것이' 김치가 됐다는 설이 있다. 이때문인지 옛날 조선시대 양반집에서는 깍두기가 있어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테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있으나 마나'하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개최된 유러피언(EPGA)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이 바로 EPGA투어에서는 이런 '꼴'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첫날 안개로 경기가 지연되자 주최측이 다음날인 23일 곧바로 "예정대로 4라운드를 치를 수 없다"면서 일찌감치 대회를 54홀로 축소했기 때문이다.

존 파라모(잉글랜드) 경기위원장은 이에대해 "스폰서가 5일 동안 대회를 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면서 "선수들도 이른 새벽부터 하루 종일 플레이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파라모는 이어 "TV시청자들에 대한 배려와 최근의 항공대란을 감안해 선수들의 항공스케줄까지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대회를 조기에 축소한다고 결정한 것은 명쾌하지 않다. 이 대회는 총상금 220만 유로에 달하는, 주최측 설명대로라면 EPGA투어 가운데서도 그야말로 '빅매치'다. 일부 선수들이 2라운드를 재개한 23일은 강풍이 불었지만 날씨는 쾌청했다. 23일과 24일 잔여경기를 속개해 '컷 오프' 후 3라운드에 돌입하면 4라운드를 모두 소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파라모의 말대로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고생이 심하고, 대회 직후 항공편에 따라 선수들의 발이 묶이는 예기치 못한 돌발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회는 프로대회고, 선수들도 모두 프로다. 적어도 예상 밖의 일에 대한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하는 '장인정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번 대회 운영은 결과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중요시 하는 스포츠 정신에도 위배됐다. 대회가 축소되면서 첫날 기상 여건이 비교적 좋은 상태에서 경기한 선수들은 하루를 쉬고, 24일 다시 2라운드를 치르는 반면 23일 36홀 플레이를 강행한 선수들은 체력적인 면에서도 확실히 불리했다.

프로골프대회가 1, 2라운드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번갈아 티오프하는 것은 시간대에 따른 컨디션이나 기상 여건을 최대한 공평하게 맞추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앤서니 김은 실제 "둘째날 경기한 선수들은 상당히 고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용은은 "경기 도중 축소 사실을 알았다"면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발렌타인측은 이 대회를 창설하면서 "한국 시장의 발렌타인에 대한 애정에 보답하고, 한국선수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과 경기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식의 졸속한 대회 운영은 그러나 이 대회가 EPGA투어의 '깍두기 대회'라는 오명을 덮어쓸 정도로 너무 안이하다. 이 대회를 통해 대대적인 '술 마케팅'에는 성공했을 지 몰라도 대회는 '그저 그런 대회'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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