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만약 유로화가 없었더라면 이번 금융위기로 유로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독일 마르크화 대비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등의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로화 도입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외환위기를 피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대신 '다른 부분'이 일격을 맞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다른 부분이란 곧 유로존 주변국의 경제라고 지적하고, 유로존의 향후 10년이 험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유로존 내 심각한 불균형 = 유로존은 글로벌 경제에서 상당이 중요한 지역이다. 경제 규모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크고, 중국과 일본의 세 배 수준이기 때문. 위기 이후 경기 고점에서 저점까지의 성장률 후퇴폭이 5.1%(2008년 1분기~2009년 2분기)로 미국의 3.8%(2008년 2분~2009년 2분기)를 웃돌지만 첫 관문은 무사히 통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 사정이다.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은 경상수지다. 유로존의 전반적인 경상수지는 그럭저럭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보이지만 속을 보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 지난 2006년 유럽 최대 수출국인 독일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900억 달러로 GDP의 6.5%였고, 네덜란드 역시 GDP 9.4%에 달하는 640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반면 대표적인 적자 국가 스페인은 GDP의 9%에 달하는 1110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스페인과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변국’들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국가, 독일 네덜란드 등 ‘핵심국’들은 수출 위주의 공급 국가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격차가 단일 통화권 내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다고 평가했지만 울프는 적자국들이 순채무국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 채권국이 이들 국가의 국채를 투매하거나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


울프는 또 유로존 내 특정 국가의 문제를 다른 회원국이 해결해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스페인 정부가 국내 실업자에게 유로존 다른 지역의 경기가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 적자 감축 이뤄져야 =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주변국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았고, 중심국은 그 반대였다. 민간의 경우 주변국은 소득보다 지출이 훨씬 컸고, 핵심국은 소득에 비해 지출이 크게 낮았다. 이 가운데 금융위기가 닥쳤고, 부실한 민간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리고 2006~2009년 사이 아일랜드와 그리스, 스페인 민간 부문의 소비와 지출은 역전됐는데 그 규모는 GDP 대비 각각 16%, 15%, 10%에 달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극심한 재정난이 발생한 것.


울프는 유로화 도입 첫 10년 동안의 유로존 내 불균형과 이와 관련된 버블은 이들 국가들의 민간 부문에 큰 신용 타격을 주는 것으로 끝났지만, 지금은 파장이 공공 부문으로 번지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손실이 공공부문의 신용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그리스 채권과 독일 국채 간 스프레드는 274bp까지 확대됐다.


그러면서 울프는 개방 경제에는 헤게모니가 필요하다는 MIT의 찰스 킨들버거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국가의 역할은 더 쓰고, 더 빌려 위기 상황에 마지막 보루가 되어 주는 것이다. 유로존에서 헤게모니의 적임자는 바로 독일이다. 하지만 독일은 빌리는 쪽이 아니라 빌려주는 쪽에 속하며, 앞으로도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때문에 가뜩이나 경제력이 취약한 채무국이 이 역할을 채워야 하며, 그러다 결국 신용 위기 상황에 처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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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는 적자 감축과 환율 조정 없이는 민간 부문에서 발생한 버블의 붕괴와 이로 인한 침체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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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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