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매 십년 마다 그 시대의 특징을 정의하는 말들이 등장한다. 근대화가 이뤄지던 1880년대가 ‘1차 세계화의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2차 세계화의 시대’로 부를 수 있다. 인터넷의 등장과 몰락한 공산주의 국가들의 자본시장 편입이 세계화의 진정한 황금기를 불러왔다는 것.
그렇다면 뉴밀레니엄의 첫 10년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혼란 속에 자신감이 무너진 시대(Era of confidence ends in trepidation)’이라는 말로 이 기간을 설명했다.
1990년대 말 세계인들은 밀레니엄 버그, 즉 Y2K로 인한 혼란을 두려워했지만, 정작 세계를 혼란 속으로 떠민 것은 컴퓨터의 오류가 아니라 당시 호황을 구가하던 금융 시스템이었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1990년대, 대안정의 시기= 1990년대 세계 경제는 자신감에 충만했다고 FT는 지적했다.
이 자신감은 앞일을 예상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90년대에는 거시경제의 변동성이 완화되는 ‘대안정(great moderation)의 시기’였기 때문에 경기를 전망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이 시기 각국 경제의 성장률이나 물가의 변동성은 크지 않았고, 경제활동 역시 일정한 패턴을 띄면서 안정적으로 굴러갔다.
이후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잠시 이 평화는 깨졌지만, 곧 미국 연준(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조치와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 등에 힘입어 경기침체는 우려했던 것보다 작은 타격을 남긴 채 물러났다.
당시에는 재정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재정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연방부채가 너무 낮아서 문제’라는 경고를 할 정도였다.
이후 세계 경제는 9.11사태와 같은 충격을 받으며 주춤했지만, 곧 90년대 붐 경제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력과 탄성력을 자랑했다.
◆ 2000년대, 무너진 자신감= 외부의 장애를 잘 극복해온 것과 별도로 글로벌 경제는 내부적으로 큰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자산 버블이 바로 그것. 전세계적으로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버블과 부동산에 돈줄을 대기 위해 탄생한 금융자산이 걷잡을 수 없게 몸집을 불렸다.
1990년대 뿌리를 내린 지적 자신감은 각국 중앙은행의 수장들을 오도했다. 자산 버블이라는 위기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들의 시선은 소비자물가(CPI) 지수에만 고정됐던 것.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안정을 이루는 한 중앙은행은 '행동'에 나서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금융 규제 당국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부채담보부증권(CDO)와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신종 파생상품을 다뤘다. 이들 상품은 리스크를 분산하고, 시스템 안정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높인다는 것이 당시 주류 이론이었다.
사실 대다수의 정책자와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무역불균형을 포함해 다른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가졌다. 미국과 더불어 선진국 집단에 속하는 유럽과 일본의 무역 부진,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수출 주도 국가들의 선전과 이로 인한 경상수지적자 문제야 말로 가장 미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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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07~2008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식량 및 자원 안보를 지키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도 치열해 졌다. 자국의 식량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타국 국민들을 굶기는 보호주의 전략까지 동원됐다.
그러나 정작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닌 2007~2008년 주로 형성된 금융권과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었다고 FT는 지적했다. 또 이런 문제들은 90년대 대안정의 시기,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위험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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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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