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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가격기능 회복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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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김영학 지식경제부 차관

만약 비싼 생수로 설거지나 화장실 청소를 한다면 어떨까? 분명 아까운 생수를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현실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전기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전기는 우리가 소비하는 에너지 중 가장 고급 에너지이다. 복잡한 기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정도로 다재다능한 전기는 원자력, 석유, 석탄, 가스 등을 태워 생산되는데, 발전과정에서 60%정도는 손실로 없어지고 40%정도만이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비싼 에너지이기도 하다. 효율성 측면에서 본다면 석유나 가스와 같은 1차 에너지를 직접 사용할 수 없는 조명이나 모터 같은 곳에만 전기를 쓰는 것이 낫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값비싼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전기의 가격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에 의해 수요 공급이 자동 조절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작동 메커니즘이다. 전기요금도 '세금'이 아닌 상품의 가치를 반영하는 '가격'이므로 이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

전기요금은 공공재라는 이유로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지만 그 근간은 원가에 맞는 요금 설정이다. 그러나 원가이하로 통제되고 있어 1차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고급 에너지인 전기를 쓰는 비효율성이 일어나고 있다. 또, 똑같은 전기를 일반용은 비싸게, 산업용과 농업용은 싸게 공급되고 있어 소비자간 형평성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생산원가의 인상이나 인하요인이 있어도 이를 요금에 반영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 반이 걸려 전기 사업자의 재무 안정성을 위협하거나 가격이 자유화된 1차 에너지와의 비효율적 대체사용이 빈번히 일어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국가적으로 합리적 에너지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전기 사업자의 건전한 기업경영도 불가능하여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위태롭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원가에 맞는 전기요금체계를 만들고자 전압별 요금제,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전압별 요금제는 현재 용도별(주택, 산업, 일반용 등)로 요금을 다르게 책정했던 것을 전압별로 요금을 책정하자는 것인데, 이는 전기의 생산원가가 용도보다는 전압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전압이 높을수록 송ㆍ배전비 등이 싸기 때문이다.

전압별 요금제가 도입되면 원가보다 낮은 요금을 적용받았던 부문은 원가수준으로 요금이 올라가고, 원가보다 높은 요금을 적용받았던 부문은 요금이 내려가는 양면성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가에 맞는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소비자간 형평성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연료비 연동제는 원가 변동에 맞춰 전기요금이 자동으로 변하도록 함으로써 요금의 시장기능을 회복하는 것으로 현재 대다수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바처럼 연동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전기요금이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고, 석유가격, 석탄가격, 환율 등이 내려가면 전기요금도 인하될 수 있는 구조이다.

연동제가 도입되면 요금조정요인이 시기적으로 분산되고 다른 에너지와 가격 변화시기가 같아져 에너지원간 균형된 소비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는 현대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에너지이므로 국민생활과 산업체에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전기 사업자의 효율적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원가가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부합할뿐더러 장기적으로 전기의 안정적 공급에 이바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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