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기훈 기자] 인구가 채 100만 명도 되지 않는 미국의 한 조그마한 주(州)가 은행 비밀주의의 대명사인 스위스를 꺾고 세계 최고 조세 피난처 자리를 꿰찼다. 금융권의 조세 회피를 조장한다며 스위스를 비롯한 조세 피난 국가들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미국 동부 연안에 위치한 델라웨어 주가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런 금융지역으로 꼽혔다고 전했다.
조세정의네트워크(TJN)가 60개 조세 피난 지역의 법률과 금융 관습 등을 조사한 결과 델라웨어 주는 룩셈부르크와 스위스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최근 조세 피난처로 각광받고 있는 케이먼제도와 영국도 4,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델라웨어 주에 거주하지 않는 개인이나 기업 관련 예금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2007년 기준 미국의 비밀 예금이 2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 상당한 액수가 델라웨어 주에 예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위스는 1조4500억 달러, 룩셈부르크의 경우 5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델라웨어 주는 조세 회피를 원하는 이들에게 천국으로 불린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데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회사를 일컫는 페이퍼 컴퍼니의 금융 거래까지 허용하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델라웨어 주에 등록된 법인만도 70만개에 이르며 미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도 델라웨어 주에서 금융 거래를 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로 인해 미 정부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미 정부는 스위스 최대 은행 UBS에 계좌를 보유한 자국민 중 탈세 혐의가 있는 이들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스위스의 은행 비밀주의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정작 델라웨어 주가 조세 피난 왕국으로 선정된 것이 영 달갑지 않은 이유다.
사라 루이스 TJN 대표는 "미국은 스위스 은행에 대해 나쁘고 비도덕적이라고 지적해 왔지만 결국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게 아니냐"며 미국의 양면성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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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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