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학 지식경제부 차관

김영학 지식경제부 차관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 지난 달 22일 새벽 1시 30분께 , 휴대드폰에 느껴진 진동이 선잠을 깨웠다. 슬라이드를 밀어 화면을 들여다보니 "석유공사 M&A 성공"이라는 글자가 반짝거렸다. 기다리고 있었던 소식 - 담당 국장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였다. 두 줄도 되지 않는 간단한 메시지이지만, 성사되기까지의 노력과 인내를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여러 가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무엇보다 지난 6월의 아닥스 인수 실패가 아픈 기억으로 떠올랐다. 그 때 이후로 중국의 자원 행보를 우리와 비교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종종 들려왔다. 세계 1위의 외환보유고를 동원한 중국의 '통 큰' 투자는 우리가 넘을 수 없는 만리장성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더욱 커졌던 것 같다. 이 모든 경험이 새로운 시도를 위한 채찍이자 소중한 자산이 돼 '하베스트 에너지(캐나다)' 인수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이에 앞서 10월 13일에는 가스공사가 이라크 쥬바이르 유전을 확보했다. 6월 30일에 실시된 이라크 중앙정부의 광구 공개 입찰에 가스공사가 이태리 ENI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 세부 조건에 대한 협의를 통해 이번에 확정한 것이다. 이로써 '석유 매장량 세계 3위'의 잠재력(생산량은 10위권 밖, 개발 잠재력이 크다)을 가진 석유 부국 이라크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도 현실로 다가왔다.


이 두 가지가 유난히 매력적인 소식임은 관련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하베스트 에너지'는 380여명의 석유개발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하루에 5만3000 배럴의 석유ㆍ가스를 생산 중인 에너지 전문기업이다. 쥬바이르 유전 또한, 막연한 불확실성을 안고 탄성파 작업, 시추 작업 등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탐사 광구'가 아니라 이미 하루에 19만5000 배럴씩 생산 중인 '생산 광구'이다. 6월말 기준으로 우리가 확보해 둔 자주개발물량이 하루 18만8000배럴임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성과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총리가 선두에서 이끌어온 '자원 외교', 그리고 그 결실을 현실화하기 위해 험지에서 몸을 아끼지 않은 우리 기업들의 '자원 비즈니스' - 이 두 가지가 조화롭게 결합된 결과이다. 지금까지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대통령ㆍ총리를 비롯한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이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중동을 넘나들며 세계 유수 에너지 기업들의 손이 닿지 않은 에너지ㆍ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 기업들 역시 지난 해 자원 개발에 사상 최대액(40억2000만달러)을 투자하는 등 어려운 세계 경제여건 속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물론, 10월이 안겨준 이 두 가지 선물에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당장의 성과나 실패에 흔들리지 않고 멀리 내다보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세계적인 자원 확보 경쟁에 본격 뛰어든지 얼마 안 된 후발주자가 아닌가? 러시아 사할린Ⅰ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일본 기업들이 '1973년부터 탐사를 시작했으나 2005년이 돼서야 생산을 시작했듯이, 수 십년간의 공들인 투자를 거쳐야 열매를 거두는 게 자원개발의 현실이다. 지나친 조급함으로 여물지 않은 과실까지 따먹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긴 호흡으로 시간과 자금을 배분하는 여유가 중요하다.

AD

자원개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지속될 것이다. 에너지 공기업들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키우기 위한 대형화 계획이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광물공사의 자원개발 기능을 재정립했고, 석유공사의 개발부문 자본금도 대폭 확대하였다. 현재 검토 중인 석유공사의 추가 M&A를 조속히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어느덧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다. 2009년도 두 달 밖에 안 남았다. 올해의 마무리는 10월 1일부터 시추에 들어간 쿠르드 바지안 광구의 시추 성공과 12월중 예정된 이라크 2차 입찰에서의 추가 광구 확보로, 그리고 내년은 쿠르드지역 2개 광구의 석유 발견 성공과 더불어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광구 추가 확보'와 '석유 발견 성공'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휴대폰 액정화면을 통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