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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동상'에 숨은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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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성군(聖君) 세종대왕의 동상이 지난 9일 한글날을 맞아 광화문광장에 세워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 각계 인사들이 제막식에 참석했고, 하루 종일 이를 기념하는 시민과 학생들의 만세소리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주말을 맞아 광화문광장은 세종대왕 동상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북적이고, 여기저기서 동상의 웅장함과 부드러운 이미지, 한글의 우수성 등을 두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우리 민족과 국가의 역사 정통성을 찾은 듯한 분위기다. 정치권에서 외쳐온 '사회통합'도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는 한결 수월하게 이뤄질 듯 하다. 국민들 가슴 깊이 깔려있던 역사적 동질감을 꺼집어낸 세종대왕 동상에는 숨겨진 뒷이야기들도 많다.

◇돌아온 '경복궁 주인' 세종대왕

세종대왕 동상의 위치는 이순신 장군 동상 뒤쪽으로 210m 떨어졌다. 세종대왕 동상의 등 뒤로는 광화문과 경복궁이 자리를 잡았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세운 궁궐 경복궁은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로 세종대왕과도 인연이 깊다.

태조의 다섯번째 아들 이방원이 일으킨 왕자의 난으로 즉위한 2대 정종(태조의 둘째 아들)은 수도를 개경으로 다시 옮겼다. 이방원이 3대 태종에 오르면서 다시 한양 재환도가 이뤄졌지만, 경복궁은 한동안 조선왕조의 법궁(法宮)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4대왕인 세종대왕에 이르러서야 경복궁은 조선과 조선의 왕실을 상징하는 궁궐로서 자리매김했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시경(詩經)' 주아편의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부르니 군자 만년에 큰 복(景福)을 누리리라'라는 구절을 인용, 경복(景福)궁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세종대왕이 조선왕조의 통치이념이 담긴 경복궁 이름에 걸맞는 성군이 되면서 제대로 된 궁궐의 주인이 됐다.

세종대왕은 1418년에 왕위에 올라 1450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지면서 그가 559년만에 광화문의 주인으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모델에 직접 옷 입혀 당시 재현

세종대왕 동상은 높이 6.2m, 폭 4.3m에 무게는 20톤에 이른다. 높이 4.2m 기단위에 세워져 더욱 웅장한 모습이다. 총 10.4m인 높이는 이순신장군 동상(17.0m)보다 6.6m 낮은 것이다.

세종대왕은 옥좌(玉座)에 앉은 자세로 왼손에는 펼쳐진 책이 쥐어졌고, 오른손은 무엇인가 이야기하듯 살짝 뻗어있다.

왼손의 책은 세종대왕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받는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세종대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한글, 곧 훈민정음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훈민정음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고 인류 역사상 최고의 문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세종대왕의 용안은 표준영정과 이성계어진, 1만원권 지폐의 모습 등을 참고했다. 표정은 인자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가 5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점을 감안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업적을 쌓았던 40대의 모습을 담았다.

옷은 가능한 당시 모습에 가깝게 표현하기 위해 조선시대 복식 전문가의 자료를 토대로 제작했다. 공무수행시 입었던 의복 및 의상은 정확한 고증자료가 없어 방송국에세 방영했던 드라마 소품을 참고하기도 했다.

완벽한 고증을 위해 속옷, 저고리, 액주름, 철익, 답호, 곤룡포 등 6겹의 의상을 제작해 모델에게 입히고, 의자에 앉아있는 실제 모습으로 재현했다. 하지만 모델이 옷을 많이 입다보니 너무 뚱뚱해 조형적으로 어울리지 않게 된 것. 이에 따라 조각가와 복식 전문가들이 논의해 옷고름, 소매주름 등을 보완해 최대한 생전의 모습을 되살렸다.

동상 앞쪽에는 해시계, 측우기, 혼천의 등 과학기자재를, 뒷편에는 집현전학사도 등을 부조 형식으로 조각한 열주 6개를 설치했다. 특히 해시계는 정남향으로 배치해 햇빛 그림자에 의한 시간을 알수 있게 했다. 이는 동경 135도의 표준시로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재 시각과 30여분간 차이를 나도록 해 흥미거리가 된다.

◇동전 3200만개 분량 청동 쏟아부어

서울시는 지난 4월 지명초청작가 5명으로부터 축소모형을 제출받아 이 가운데 김영원 조각가의 작품을 선정했다. 세종대왕 동상이 후대에 길이 남을 것이란 점을 감안해 7명의 '세종대왕 동상 작가 선정심의위원회'는 작품 선정에 고심에 고심을 더했다는 후문이다.

동상 제작은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에 자리잡은 주물 작업장에서 진행됐다. 동상 제작에 들어간 주재료는 점토, 청동, 돌 등이다.

점토 조각 작업에는 13톤의 점토가 들어갔다. 이는 어른용 밥그릇 5만4000명분에 해당하는 분량. 청동은 총 22톤이 사용됐다. 이 가운데 순수 동상에는 20톤, 발명품 및 열주에 2톤이 각각 소요됐다. 이는 10원짜리 동전을 3200만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동상 앞에 놓인 훈민정음석과 기단부, 주변 포장용 화강석은 모두 국내산을 썼다.

동상은 태풍이나 강풍에도 견딜수 있도록 볼트로 단단히 고정됐다. 특히 외관상 보이지는 않지만 낙뢰에도 견딜 수 있도록 피뢰침이 설치됐다. 동상 재질 자체가 전류가 잘 흐르는 청동으로 제작돼 고층건물에 설치된 피뢰침 대신 동상속에 피뢰침 장치를 했다.

서울시는 동상 제작에만 20억원, 주변장식까지 포함하면 총 27억원의 예산을 들였다.

◇광화문일대 사실상 '세종기념관'

세종대왕 동상 건립을 계기로 서울시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13개 공연장, 5개 박물관, 8개 미술관과 고궁 유적지 등 30개 문화예술기관들과 함께 역사ㆍ문화협의체 '세종벨트'를 조성한다. 광화문광장을 서울의 역사ㆍ문화 메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세종대왕 동상 아래 지하공간에는 3200㎡ 규모의 '세종이야기'가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시민은 물론 외국인들이 들러 우리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안내데스크에 점자 안내를 포함한 종합 안내판은 물론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4개국어로 지원되는 음성안내 시스템을 갖췄다.

세종대왕의 일생과 업적을 스토리라인으로 정리한 ▲인간 세종 ▲민본사상 ▲한글창제 ▲과학과 예술 ▲위대한 성군, 세종 ▲기획전시구역 등 6개의 전시구역과 이벤트마당, 영상관, 뮤지엄숍 등이 만들어졌다. 매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무료로 개방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종이야기'를 외국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러 품격 있는 우리 역사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조성했다"며 "링컨을 알면 미국을 이해하듯 세종대왕을 알면 우리나라의 역사적 정체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옥상에는 광화문 일대를 조망하는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된다. 1000㎡ 크기의 옥상은 휴식, 먹거리, 전시, 공연이 망라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곳에서는 광화문광장을 내려다 보며 휴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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