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조회공시 이대론 안된다 <중> 애매모호한 답변 왜 많나


[아시아경제 구경민 기자]"이유가 뭐야?" "없습니다."

범죄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일이 매일 증시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루에도 몇건씩 조회공시 답변이 나오지만 대부분 답변들은 구체적인 설명이 없거나 명확하게 결정된 사안이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솜방망이에 비유되는 미흡한 처벌 ▲공시 교육 소홀 ▲금융당국의 감시 부족 등을 지적한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400선 횡보를 뚫고 1700선까지 강세를 보인 지난 7월부터 9월28일 현재까지 매달 조회공시 건수는 35개, 45개, 54개로 매달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달에는 하루에 평균 2건 이상, 이달에는 하루 평균 3개씩의 조회공시가 요구됐다.그만큼 이상 급등락 종목이 늘었고, 시장 관련 루머도 증가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회공시가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진 못했다. 대부분 이유없다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를 악용한 일부 투자자들로 인해 주가가 왜곡돼 일반투자자들이 손실을 입는 사례까지 발생하는 실정이다.


예컨대 이달 들어 급등한 C&우방랜드의 경우, 조회공시 답변에서 정작 계열사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5일부터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기 시작했다. 8거래일동안 아무이유 없이 올라 두배 가까이 폭등한 대아티아이는 '주가급등 사유없다'는 조회공시 답변을 24일 장마감 이후에 했고 다음날 9일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세명전기는 23일 장중 '주가급등 사유없다'는 발표와 함께 하한가로 직행했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 연속 상한가를 달린 오공도 11일 주가급등 사유없다고 밝힌 이후 이틀 동안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 조회공시를 통해 호재성 재료를 내보내고 다시 철회하거나 번복, 피해가 더욱 확산되는 사례도 있다. 이롬텍은 최근 주가 급등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유상증자를 한다고 발표, 7일째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유상증자 결정이 철회돼 주가가 폭락한 이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이 결국 솜방망이 처벌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불성실공시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려면 연간 합산 벌점이 코스피의 경우 15점, 코스닥의 경우 1.5점이 돼야 한다. 한번의 공시번복으로 상장사가 얻는 평균 벌점은 각각 코스피 3~6점, 코스닥 0.25~0.5점이다. 조회공시 의무를 두세번 위반한다해도 하루 정도의 매매거래 정지만 당하면 되는 것. 조회공시를 주가 조작의 도구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거래소측은 조회공시의 한계는 인정하면서도 대안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조회공시 등의 공시 의무사항을 줄이자니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고 기업들의 입장을 이해하자니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특히 조회공시를 통해 허위 공시한 기업들의 경우 제재를 강화하면 몇번 잘못 공시한 것으로 상장폐지를 단행하는 것은 기업에게 큰 반발을 살 수 있어 기업들의 자율에 맡기면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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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영역이 아닌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당국은 조회공시 영역이 거래소의 관할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에게만 상장폐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에서 좀더 강도높은 감시 강화를 통해 시세 조종 등의 혐의가 있는지 가려내야 한다"며 "불성실공시를 상습적으로 행하거나 이를 주가에 악용할 경우 퇴출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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