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진실 은폐기간, 손배訴 소멸시효 적용 안돼"
軍의문사 유족, 30년만에 배상 판결
군 복무 중 상급자가 쏜 총에 맞아 숨진 사병의 사인(死因)이 다른 상급자들에 의해 자살로 조작된 채 수십년이 흘렀다면, 유족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멸시효는 진실이 규명된 시점부터 새로 계산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임범석 부장판사)는 경계근무 중 상급자에게 피살된 심모씨의 어머니 박모씨 등 유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유족 측에 모두 2억8000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고 29일 밝혔다.
30년 전인 지난 1979년 당시 상병이던 심씨는 위병소 경계근무 중 위병조장인 하사 고모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고씨가 쏜 M16 소총에 맞아 숨졌다.
그러자 중대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심씨 총과 고씨 총에 붙은 명찰을 바꿔 달고 화약 흔적이 남은 고씨 옷을 심씨에게 입히는 등 조치를 한 뒤 심씨 사망을 자살사건으로 조작했고 유족의 시신 검안 요구도 거절했다.
수십년이 흐른 뒤 유족은 대통령 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에 심씨 사인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고, 지난해 10월 위원회가 '심씨는 타살된 것'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진실이 규명됐다.
이에 육군본부는 지난 1월 심씨에 대한 사망구분을 '자살'에서 '순직'으로 변경했으며 어머니인 박씨는 한 달 뒤 마산보훈지청으로부터 '지원순직군경유족' 등록 결정을 받았다.
박씨 등 유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심씨 사망에 따른 정신적 피해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국가는 손해배상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를 근거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심씨 사인이 자살인 것처럼 적극적으로 조작된 점, 외부에서 정보를 취득하기 매우 어려운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발생한 사건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 입장에서 타살이라는 의심을 가졌더라도 그에 대한 증거를 채득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다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씨 사인을 자실이 아닌 타살로 인정한 위원회 결정이 있은 2008년 11월까지는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원고들의 권리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했거나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피고 항변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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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에 따르면, 국가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 안에 행사하지 않을 경우 소멸된다.
한편, '군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는 군 복무 중 의문사 한 사람이나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피해를 구제할 목적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인 2006년 1월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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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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