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기축통화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일까. 최근 중국의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 금융질서 주도권 잡기에 나서면서 기축통화 변경을 요구하며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정도로 자신만만하던 중국의 위풍당당함은 요즘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중국이 지난 7월부터 실시 중인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가 두달간 7000만위안(약 1024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기존 입장부터 바꾸고 있다.
◆상반기 득의양양하던 모습 어디 갔나= 지난 3월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현재 (미국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체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을 발칵 뒤짚어놓았다.
지원사격에 나선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달러화 가치 하락을 염려하며 "미국은 미국채 최대 투자국인 중국을 생각하라"고 엄포까지 놨다.
이후 중국은 국제통화질서 개편 필요성을 국제모임에서 여러차례 거론했다. 각종 국제금융회의 뿐 아니라 G20ㆍ브릭스 등 국가정상모임에서도 이슈를 거듭 제기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밀리긴 했지만 신흥국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침묵하던 유엔도 최근 달러화를 대신할 새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원 총리는 지난 10일 다롄(大連)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일국의 화폐 지위는 자본거래가 아닌 무역거래에서 정해지는 것"이라며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꼬리를 내려 전세계를 의아케했다. 위안화의 기축통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득의양양해하던 중국의 입장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15일 궈칭핑(郭慶平) 인민은행 부총재보도 "국제통화는 해당국가의 경제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하며 금융시장이 상당한 발전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안화가 아직 미흡한 면이 적지 않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국가 최고층들의 인식 변화는 위안화 무역결제 실적을 통해 실력을 점검한 결과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 총리는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노력을 기울일 때 중국인들은 정확한 식견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중국 내부에도 강력한 경고음을 보냈다. 섣불리 경고망동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라는 신호다.
◆위안화 결제 외면...태환성 높여라= 중국의 가열찬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장 위안화의 위상 강화가 피부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은 풀어야할 숙제다.
우선 업체들이 위안화 결제를 외면하는 이유는 왜일까.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과 편의성이 달러화를 대체할 수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안화는 달러화에 비해 사용빈도가 현저히 떨어져 태환성이 낮은데다 환율 급변동에 따른 환차손 위험도 커 결제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또한 광둥성의 경우 위안화 무역결제 허용기준과 절차가 까다로와 많은 기업이 참여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위안화 결제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는 ▲기업들이 위안화 결제에 대한 적응시간이 부족했으며 ▲결제 시범지역이 너무 제한돼있고 ▲관련제도가 아직 완비되지 못한 점을 들고 있다.
중국이 국채를 홍콩에서 발행하기로 한 것도 위안화의 태환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대외경제무역대의 딩즈제(丁志杰) 교수는 "위안화의 국제 위상은 전적으로 해외에서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위안화가 시간을 갖고 국제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안화를 국제기축통화로 키운다는 사명을 띠고 조만간 신설될 중국 인민은행 산하 화폐정책2국(가칭)의 첫번째 임무는 중국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는 위안화 시범결제의 문제점을 뜯어고치는 일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첫술에 배부르랴...기축통화 야심 계속된다= 중국이 위안화의 사용범위를 넓힘으로써 국제통화로 만들려는 야심은 철저하다고 할 정도로 계획적이고 장기적이다.
중국은 상하이ㆍ광저우(廣州) 등 주요 5개 도시와 홍콩ㆍ마카오간 위안화 무역결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또 한국을 포함한 6개국과 65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했다. 통화스왑을 맺은 국가들과는 양국 통화로 무역결제를 할 수 있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지난 8일에는 중국 정부가 본토 이외 지역인 홍콩에서 60억위안 규모의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올해 홍콩에서만 1000억위안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국채 뿐 아니라 은행들이 발행하는 금융채도 위안화로 발행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행한 채권 가운데 중국은 500억달러 어치를 위안화로 매입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할 전담기구를 만들기 위해 테스크포스팀을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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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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