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름 외래어 표기 적정성 논란 일듯
국내서 처음으로 영어표기로 된 동(洞)이름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이름을 외래어로 짓는 게 바른지에 대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문제는 새 행정동의 유력한 이름이 외래어를 딴 ‘테크노동’이란 것.
유성구청이 최근 새 행정동 관할주민들을 대상으로 동사무소(주민센터) 이름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설문에 응한 1337가구 중 과반이 넘는 719가구(51%)가 ‘테크노동’을 뽑은 것으로 집계됐다.
유성구청 관계자는 “새 행정동 이름을 놓고 관할 지역민들에게 설문한 결과 ‘테크노동’이 가장 많이 나왔다”며 “관할지역이 테크노밸리산업단지로 개발된 곳이어서 주민들이 첨단과 발전 이미지를 가진 ‘테크노’란 단어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일 이 지역 행정동의 이름이 ‘테크노동’으로 될 경우 우리나라 행정기관 이름에 외래어가 등장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
우리 법령엔 ‘외래어를 지명으로 쓸 수 없다’는 규정이 없어 유성구청이 ‘테크노동’ 등록을 추진한다면 법적으로 문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과연 행정지명으로 외래어가 쓰인 다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적잖을 전망이다.
특히 외래어 표기가 난무해 한글공용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공공기관 이름마저 우리말을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운상 한글학회 사무국장은 “동사무소 이름도 주민센터로 바뀌었는데 이제 아예 동 이름마저 영어로 바꾸려는 것이냐”면서 “선조들이 써온 아름다운 우리지명이 많은데 영어식표기가 공공기관이름에 까지 번지면 한글이 설 자리는 어딘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행정안전부도 신중한 의견을 냈다. 행정기관 이름에 대한 언어제한은 없지만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 자치제도과 관계자는 “외래어가 행정지역이름으로 등장하는 건 처음이다. 법률용어는 우리말로 쓰게 돼 있는데 이런 문제와 함께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면서 “행정동 이름을 이벤트성으로 지으려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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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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