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베트남등 진출…亞금융허브 발돋움
한국 금융투자업계가 해외 IB(투자은행)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난 2월 자본시장법 도입으로 그동안 발목 잡아왔던 각종 제약이 없어지자 과감히 해외 주요 시장에 뛰어들며 전면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특히 올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낸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해외로 진출,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특히 공을 들이는 해외 시장은 홍콩이다. 세계 IB시장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골드만삭스 UBS 등 전 세계 내놓으라 하는 IB의 격전지인 홍콩 시장을 선점한다는 것 자체는 곧 세계 1위그룹에 진입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20여간 브로커리지와 IB업무를 해온 대우증권이 최근 홍콩에 있는 산업은행(KDB)아시아와의 공조를 통해 IB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우증권은 홍콩법인의 업무를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해외 투자가의 국내 주식 및 채권 위탁매매, PI 등으로 확대함으로써 향후 해외부문의 수익비중을 30%까지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굿모닝신한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홍콩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익사업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IB로 성장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홍콩 이외의 지역에서도 국내 증권사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베트남 현지에 있는 있는 CBV(Chung khoan Bien Viet) 증권사 지분을 인수해 베트남 금융사업에 진출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우리투자증권은 CBV의 지분 약 49%를 확보,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게 된다.
현대증권 역시 뉴욕, 런던, 홍콩, 동경, 상해 등 국제금융 거점도시에 이미 현지법인을 비롯한 해외거점을 구축해 선진시장에서 활발한 금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왜 해외로? '철학' 갖춰 정면 도전=굿모닝신한증권의 해외 진출 바탕에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서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포함돼 있다. 이미 지나치게 투자비용이 상승한 지역 대신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춘 국가나 지역을 찾아 나설 뿐만 아니라 불가피하게 경쟁이 심화되는 지역에의 진출이 생길지라도 새로운 투자기법과 상품개발로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차별적인 전략을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전문가 미래에셋증권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적 다변화를 통해 미래 수익원을 확보하고 투자위험을 분산시킨다는 전략 아래 지속적으로 해외 부문을 확대한다는 것.
우리투자증권의 목표는 '아시아 대표 투자은행'이다. 이 중장기 전략 목표를 달성키 위해 해외사업에 있어 이미 구축한 해외법인과 사무소 및 동남아를 중심으로 확장한 해외사업 네트워크를 정비하고 자체 수익창출을 위한 안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대증권은 국내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선구자로 향후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캄보디아, 몽골, 동유럽 등의 이머징마켓에 진출을 계획 중에 있다. 현지 진출 이후에는 적극적인 현지화를 추진해 현지 증권업이나 자산운용업에 진출하거나 부동산, 자원 등에 직접투자 또는 투자펀드 설정 등을 추진, 수익을 창출해내겠다는 다짐이다.
◆운용사 "진정한 해외 진출은 우리"=자산운용사들도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지난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미래에셋홍콩법인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로부터 펀드 판매 라이센스를 받았다. 과거 단순히 시장 조사 차원에서 해외에 법인이나 사무소를 차리던 단계를 넘어서 국내에서 운용되는 펀드를 해외 현지에서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미래에셋운용은 현재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 인도, 영국, 미국, 브라질 등에 해외 법인을 설립 중이며 중국 등도 추가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곧 홍콩 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국내 운용사 중에서는 세번째다. 이 곳에서는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 내 운용본부가 담당하던 아시아지역 펀드 운용업무를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삼성투신운용이 현재 홍콩법인을 세우고 현지에서 펀드를 운용, 판매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금융투자업계가 국내 내부의 치열한 경쟁을 토대로 상당한 실력을 쌓아 해외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이 아시아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 업계의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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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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