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던 미망인 이희호 여사는 운구 도중 서울광장에서 국민들에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고인의 뜻을 전했다. 릲제 남편은 일생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나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많은 오해를 받으면서도 오로지 인권과 남북의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 제가 바라옵기는 남편이 평생 추구해 온 화해와 용서의 정신, 평화와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이것이 남편의 유지입니다릳 비록 길지 않는 인사였으나 어느 학자나 어느 정치인이 강조한 말보다 보다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또 마지막 가는 길에서도 남북 화해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는 평생 과업으로 여겨 온 통일을 위해 3단계통일론 등을 제시하며 햇볕정책을 추진, 분단 반세기만에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고 금강산 뱃길과 개성 기찻길을 열었다. 최근 굳게 닫힌 남북 빗장도 북한 조문단이 옴으로서 다시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다. 실질적인 대남 교류를 주도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북측 조문단은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하고 대화를 나눴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남북 교류협력이 진행될지 그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어려운 이웃을 사랑했다. 그는 '생산적 복지'를 도입해 서민과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법과 제도를 정비,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를 실시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했다. 마지막 일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가 용산참사를 보며 차가운 거리로 내몰릴 철거민들을 애절하게 걱정한 것은 그의 삶의 투영이다. 사회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요즈음 그의 유지는 더욱 크게 들린다.
우리는 그를 보내며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를 추모하는 행렬은 정파도, 이념도, 계층도, 지역도 없었다. 지난 엿새 이 땅에는 화해와 통합, 용서와 평화의 기운이 넘쳤고 모두들 함께하길 다짐했다. 이제 이를 행동으로 옮길 때다. 어렵게 만들어진 사회통합의 분위기를 더는 해쳐선 안 된다. 낡은 관습을 벗고 다가올 미래에 걸 맞는 새로운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여기에는 권력자도, 핍박받는 자도, 가진 자도, 못가진 자도 예외일 수 없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조문록의 추모 글처럼 우리는 이제 그와 함께한 행복을 대체할 새로운 행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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