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7일 들고온 5개항의 합의는 모두다 지금 당장 실천할 성질들이 아니다. 합의문은 크게 ▲북한의 조치만으로 이행 가능한 사항 ▲ 우리측 내부의 여론 수렴이 필요한 사항 ▲ 국제사회의 양해와 조율이 필요한 사항으로 구분해 이행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조치만으로 이행가능한 것은 2항의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측지역체류의 원상복귀다. 이른바 12ㆍ1조치로 북한이 일방적으로 했던 것들이어서 평양이 마음만 먹으면 된다. 추석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도 '인도주의적 사안'이어서 당국간 이행이 용이한 편에 속한다. 이들은 이행에 '급행 열차'를 탈 수 있다. 다만 그 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할 때 쌀과 비료지원을 함께 해왔고, 우리 정부가 한동안 이같은 지원을 끊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김용현 동국대(북한학) 교수는 "정부가 하기에는 조심스럽기 때문에 쌀ㆍ비료의 인도적 지원은 민간단체를 통해서 할 듯하다"면서도 "쌀이 남아돌고 있어 정부가 직접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우리측 내부의 여론수렴 탓에 '완행 열차'로 진행할 것은 금강산 관광이다. 북한은 이번 합의에서 금강산 항에는 "김정일국방위원장께서 취해주신 특별조치에 따라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안전이 철저히 보장될 것이다"라고 신변안전 약속으로 읽힐 수 있는 특별한 부연을 했다. 현 회장은 17일 내려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렸다. 우리측에서는 북한의 이같은 말들을 우리가 내건 3대 조건인 사과와 신변안전조치로 볼 건지 또한 북한이 극구거부하는 현지진상조사 조건을 철회할지를 결정해야한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우리 정부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특히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과 직결된 문제는 이런 원칙을 앞으로도 견지해 나갈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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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양해와 조율이 있어야 하는 내용도 있다. 우리정부로서는 가장 당혹스런 부분이다. 신규사업인 백두산 관광, 금강산 비로봉 관광 수용은 북한에 자금을 붓는 꼴이 되면서, 대북제재를 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역행하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문을 환영하면서도 "어디까지나 민간차원의 합의"로 선을 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일단정지'상태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정부는 합의가 이미 된 것들과 신규 사업을 나눠 여건을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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