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새 색시 옥새 옷고름을 던져 놓은 것 같은 섬진강<1>


- 섬진강에서 오래 살다


강은 오래도록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자기 몸에 비추어주었다

푸른 산과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 그 하늘아래 산의 모습이 푸르게 어리는 강물, 깊은 강바닥에 깔린 흰 돌멩이까지 해맑은 햇살이 환하게 가 닿는 맑은 물, 물고기들의 푸른 등이 보이던 강물, 모래와 자갈과 바위들을 넘어가는 물살들, 부서지고 굽이치고 유유하고 도도한 강물, 그 강물-이 섬진강이다. 사람들이 일하다가 목마르면 강에 엎드려 물을 마시고, 강변에 놀던 소들이 목마르면 강물로 걸어가 마시던 강물, 그 강변에 꽃이 피고 자운영 꽃이 피어나는 강물이 섬진강이다. 강굽이 돌아갈 때 마다 나타나는 강 언덕의 작은 마을 들, 마을이 기댄 산자락에 작은 논과 밭들, 강은 그리하여 오래도록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자기 몸에 비추어주었다. 강은 또 그리하여 사람살이의 거울이다. 강물에 얼굴을 비추어 사람의 얼굴이 깨끗하면 강물도 사람의 얼굴도, 사람이 사는 세상도 그러하리라.


산이 있는 곳에는 강이 있었다. 산이 크고 높아 골이 깊으면 강도 따라서 물이 넘치고 깊었다. 섬진강은 그리 큰 들이나 큰 마을을 거느리지 않은 강이다. 강물의 하구에 다다르며 남원들이나 곡성 고달들판, 그리고 구례들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양 들판이 있긴 하지만 섬진강이 거느린 들은 아기자기한 마을을 닮은 작은 들판들이다.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에 있는 팔공산과 마이산에서 발원한다. 사람들은 데미샘이라는 작은 샘을 그 발원지라고 한다. 섬진강이 그렇게 진안과 임실군을 흐르다가 옥정 댐에 막힌다. 사람들은 그 댐을 섬진 댐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운남 호라고도 한다. 섬진강의 발원지를 다 자기 동네라고 우기듯이, 또 섬진강을 사람들이 오원천, 운암강, 적성강, 순자강이라고 부르듯이, 섬진강 댐도 사람들은 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의 지명을 따 이름을 그렇게 붙여 부른다. 댐은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에 있다. 옥정호는 아름답다. 나는 댐으로 인해 생긴 옥정호 호수 가를 찾아다니기를 좋아 한다. 그 호수가의 호젓한 곳들을 나는 다 알고 있다. 나를 찾는 여인들과 때로 나의 아내와 같이 나는 봄여름 가을 겨울 이 호수를 찾아가 호젓한 호수가에 앉아 잔잔한 호수의 마음을 내 맘에 그린다. 흐르는 물도 아름답지만 하늘을 닮은 잔잔한 호수의 저문 물도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부르든 말든 강물은 제 갈 길을 간다. 오래도록 흐르며 자기가 만든 길은 때로 유유하고 때로 부서지고 굽이친다. 섬진 댐에서 막힌 강물은 임실군 강진면을 지나 덕치면 물우리 부터 순창군 적성까지 굽이굽이 산자락을 휘감고 돌며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흐른다. 순창군 동계와 적성을 지나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를 지나 남원금지를 지나 흐르다가 섬진강에서 가장 큰 지류의 하나인 남원요천을 만난다. 그 곳이 곡성군 고달이다. 고달에서 강은 비로소 강 꼴을 이룬다. 곡성을 지나며 강물은 기찻길과 도로를 한꺼번에 거느린다. 구례구역을 지나 순천에서 흘러오는 작은 지류를 만나면서 섬진강은 큰 굽이를 틀어 지리산을 향한다. 그리하여 강물은 하동을 향해 흘러간다. 구례에서 하동에 이루는 동안 강물은 지리산에서 흘러온 골짜기 물들을 받아 제 몸을 깨끗하게 정화 시킨다. 피아골, 쌍계사 골짜기, 악양 들판을 적시고 섬진강을 찾아 온 악양 천을 반갑게 받아 흐르며 하동으로 간다. 그렇게 섬진강은 세 개의 도와 열 두 개의 군을 넘나들며 산자락 강 언덕에 그림 같은 마을들을 만들며 작은 산에서 시작된 시냇물들을 불러 모으며 남도 오백 리 길을 굽이굽이 유장하게 흐른다. 산중의 어느 작은 옹달샘으로 모여든 물들을 불러 보아 흐르는 섬진강은 새 색시 옥색 옷고름을 뚝 따 던져 놓은 것 같은 옷고름처럼 그렇게 시정 넘치는 강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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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은 옛 부터 고기 절반 물 절반이라 했다. 강의 상류에는 강을 만드는 산들이 가파르고 그 산에 바위들이 많아 강물로 굴러 내린 바위들이 고기들의 좋은 집이 되어 주었다. 그러니 강물에는 온갖 고기들이 철을 가리지 않고 잡혔다. 고기들 뿐 아니라 강에는 다슬기, 조개, 재첩 같은 조개의 종류들이 많았으며 산이 가까우니 산과 강에 사는 수달 같이 귀한 동물들이 아직도 서식하고 있다. 강의 하류에는 아직도 맑은 강물에서만 사는 은어가 살고 있으며 참게 새우들이 살고 있다.


강물의 흐름이 굽이굽이 다채로워 물의 흐름을 자기 스스로 조절하여 자기 몸을 맑게 하고 , 그 흐름의 세기가 곳곳에 따라 달라 작은 沼들이 많아 또한 물을 걸러 자기 몸을 스스로 정화시킬 줄 알았다. 자기 몸을 스스로 정화 할 줄 아는 강을 우리들은 자정능력이 있는 강이라 하여 자기를 살리고 더불어 만물을 살리며 살아 흐르는 강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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