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 불황과 소속가수들과의 불화로 디폴트 위기

60년대를 주름잡았던 비틀스의 해체, 펑크락의 시초였던 섹스 피스톨즈의 등장, 앙숙의 라이벌 관계였던 워너 뮤직과의 합병 등 팝 음악계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겪으며 한 세기를 지켜왔던 음반업체 EMI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음반시장의 불황과 막대한 부채, 소속가수와의 불화가 겹치면서 현재 EMI가 채무 불이행 선언 위기에 몰려 있다고 보도했다.

12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EMI는 2007년 영국의 투자가 가이 핸즈가 운영하는 테러 퍼마 캐피털 파트너스(Terra Firma Capital Partners)에 당시 시세로 40억달러에 인수됐다.


핸즈 대표는 EMI의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 정크본드 시장에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두고 JP모건과 협상을 벌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WSJ는 테러 퍼마측이 EMI를 인수하면서 씨티그룹에 9억5000만파운드를 빌렸지만 현재 EMI의 수익을 고려해볼 때 대출 자금을 갚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MI의 상황이 악화된 결정적인 요인은 음반시장의 불황 때문이다. EMI 뮤직의 수익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19.5% 가량 떨어졌다. 운영 수익은 2003년 4억100만파운드를 기록했지만 2007년에는 1억5700만파운드의 손실을 내게 됐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EMI의 시장 점유율도 2006년 12.8%에서 2008년 9.6%로 떨어졌다.


이런 재정 악화로 가이 핸즈가 EMI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소속 가수들과 불화를 겪게 된 것도 문제가 됐다. 테러 퍼마는 EMI 뮤직의 100명의 간부 중 80명을 교체시켰고 6000명의 직원 중 1400명을 해고했다. 가수들과 뮤지션들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줄였다.


이에 많은 밴드들과 가수, 매니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인기 팝가수 로비 윌리암스의 매니저 팀 클라크는 “음악 산업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테러 퍼마측 인사들이 많은 실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해에는 31년동안 EMI측과 계약을 맺어왔던 롤링스톤스가 음반사를 떠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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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 뮤직의 엘리오 레오니 세티 최고경영자(CEO)는 “음악 산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테러 퍼마의 EMI 인수는 회사를 성장할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됐다”며 “장기적인 목표는 수익 구조의 다양화”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EMI의 운명은 8개월 안에 씨티그룹에 9억5000만파운드를 갚을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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