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응전(아널드 토인비),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단재 신채호).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면 귀가 닳게 들어온 소리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은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라고 했다. 구한말 독립운동가, 사학자였던 신채호 선생은 아군과 적군의 싸움 속에 역사의 발전이 있다고 설파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에 한가롭게 역사를 운운하느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사실 발전이 투쟁의 산물이라면 기꺼이 투쟁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투쟁이 답보나 퇴보의 과정 속에서 헤맨다면 그건 비극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은 비극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지난 50년의 구태에서 못 벗어난 채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춰 현재를 바라보고, 현재를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지금 한국 사회 전체를 보면 과연 역사를 배웠느냐고 반문하게 한다.


대한민국은 몇 시인가.

동트는 새벽인가,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인가, 석양(夕陽)인가, 캄캄한 한밤중인가. 시계가 멈췄다고 답하고 싶다. 여전히 1970~80년대에 살고 있다고 답하고 싶다.


정치권은 미디어법을 놓고 난장판이다. 강행처리하겠다는 여당과 결사항쟁으로 막아보겠다는 야당이 맞붙고 있다. 결론은 불 보듯 뻔하다.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 간에 멱살을 잡고, 몸싸움하고, 욕설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수적으로 우세한 여당이 통과시키고, 이에 반발한 야당은 거리로 나서게 된다. 이게 한국 의정사(議政史)의 과정이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배신감뿐이다. 미디어법이 그렇게 중요한가. 지금 미디어법 처리 여부가 국가의 흥망과 맞물려있는가. 의원님들에게 제발 좀 생활난에 힘든 백성들을 생각해주라고 간청하고 싶다.


노사문제도 역시 과거와 다를 바가 없다. 노사 간의 갈등을 넘어서 노노간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쌍용자동차 사태를 보고 있으면 울화증이 먼저 난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기업을 살리자는 것인지, 같이 망하자는 것인지.


꼭 10년 전 환란(換亂)의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기업들은 다짐을 했다. 다시는 몸집이나 불리는 어리석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선서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몇몇 대기업들은 무리한 사업확장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자초했으니 스스로 책임을 지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싸늘한 눈길을 보내는 게 당연하다.


관료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언제는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해놓고, 금방 투기 잡는다고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도대체 한치 앞을 못 보는 정책이 언제까지 되풀이 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뭐라고 해도 멈춰버린 대표적인 대한민국 시계는 가치관의 시침(時針)이다. 우파, 좌파, 중도 등 이념의 갈등이 50년 넘게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도 틈만 나면 우파, 좌파 세력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현 정부측은 DJ, 고(故) 노무현 정부 10년이 좌파 정권이었고 이에 따라 우리 사회 곳곳에 좌파가 득세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권은 MB정부가 지나치게 가진 자의 편에 서있는 우파 정권이라고 맹공을 퍼붓는다. 더 나아가 독재 대(對) 반독재 얘기까지 나온다.


정치권이 이러다보니 교육, 문화, 예술, 노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념적 갈등이 상존해있다. 오죽했으면 중도 실용론이 나왔을까.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대한민국은 이념 논쟁을 벌이고 있을까, 그렇게 한가한가. 학습효과가 없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 과거 그 많은 희생과 비용을 지불했다면 이젠 바뀌어야 한다.


토인비는 "타성을 깨고 돌진하려는 창조적 소수에 의해서 역사는 도약하고 문명은 발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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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소수'는 사회 지도층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그 정점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과거 많은 지도자들이 성공한 지도자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실패로 평가 받은 지도자가 훨씬 많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문제가 그리 녹록치 않다. 이 대통령이 타성을 깨고 과감히 돌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금의 투쟁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전환시키는 그의 결단이 필요하다. 멈춰 서버린 대한민국의 시계가 21세기에 걸맞게, 그리고 세계를 향해 도도히 돌아가야 한다.

김종현 아시아경제신문 편집인 겸 부사장 jhkim5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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