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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너무 앞서가는 출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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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경제계의 유행어로 자리잡고 있다. 출구전략은 인플레이션 등 경기가 회복세로 들어갈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적으로 차단하기위해 비상구를 미리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전략을 말한다.

출구전략 논의가 시작된 배경은 이렇다. 국내외 경제전문기관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ㆍ세계은행 등이 잇따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고 내년도 경제회복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망에 맞춰 한국은행이 나서서 출구전략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이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출구전략을 차단했지만 내심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면 출구전략을 쓰겠다는 뉘앙스를 남겼다. 즉 당장은 출구전략을 쓰지 않지만 상황이 호전되면 언제든지 이 카드를 쓰겠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이 이미 시작됐다는 부정적인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6일 주요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 모임에서 감독당국은 하반기 월별 주택담보대출 취급계획을 보고 받았다. 당국에서 결정된 바 없다고 부인하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투기지역에서 투기과열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출구전략 논의 자체가 경제에 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 최근의 경제성장률 지표에 도사린 함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밖으로 0.1% 성장으로 최종 보고됐고 재정부는 2분기에 2% 성장을 점쳤다. 하지만 1분기부터 본격화된 재정 지출 효과를 감안할 경우 마이너스 성장에는 변함이 없다. 이같은 기조는 적어도 올 3분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개별 산업계의 하반기 기상도는 어떤가. 산업계에서는 보는 전망으로는 IT와 일부건설을 제외한 자동차와 조선, 유통 등은 여전히 하반기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출구전략의 빌미가 되는 버블세븐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 문제도 그렇다. 사실은 단순히 주택담보대출 등 유동성이 몰려서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촉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들어 정부ㆍ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승인부터 재건축ㆍ재개발 요건 완화, 한강 스카이라인 재정비 등 강남구 3구의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각종 재료를 쏟아냈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불로소득(?) 기대감이 부동산담보대출 쏠림현상으로 이어진 셈이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 필요한 것은 주택대출 규제정책이 아니라 개발정책의 신중한 접근이다. 버블세븐을 제외한 지역은 여전히 미분양과 가격하락에 따른 후유증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시중 유동성이 투기적으로만 흐르지 않고 있다는 징후들도 보인다. 증시는 1400선까지 회복된 이후 숨고르기를 보이는 차분한 모습이다. 특히 올들어 증시를 상승세로 이끈 것은 11조원 어치나 주식을 거둬들인 외국인투자자들이었다. 기관투자자들을 포함한 국내투자자들은 그동안 물렸던 주식을 내다팔면서 포지션 조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증시가 투기적인 상승으로 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논리는 똑같이 부동산시장에도 적용된다. 정부가 국지적인 재료를 쏟아내니 그쪽으로 일부 자금이 몰리는 것이지 온나라가 부동산 투기판으로 변질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금은 출구전략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돈의 흐름을 바로 잡을 때다. 증시가 계단식 상승을 하고 기업들이 투자자금을 직접금융으로 조달하도록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떨어진 은행이 중소기업과 가계에 적정한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이 지적한 것처럼 유동성의 자산쏠림 현상과 물가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일본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일시적인 반등을 경기회복으로 잘못 판단해 '잃어버린 10년'을 자초했던 뼈아픈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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