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향방을 둘러싸고 경제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문제는 고민의 초점이 극명하게 양분된다는 것. 일각에서는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고 반대 진영에서는 디플레이션 문제가 관건이라는 주장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CNN머니는 미국 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인플레 대 디플레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부양책, '인플레의 씨앗'=인플레이션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는 진영은 최근의 고유가 추세, 달러화 약세 등이 소비자 물가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부터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 부은 공이 결국 ‘인플레이션의 씨앗’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들은 비록 현 단계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중앙은행은 하루라도 빨리 유동성을 회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만약 연준이 때를 놓칠 경우 장기 채권수익률과 이에 연계된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퍼스트 트러스트 포트폴리오의 브라이언 웨스버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인플레이션의 진짜 신호는 올해 초부터 이뤄진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잃어버린 10년' 닮을라..디플레 우려 = 다른 한편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민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지표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1.3% 하락, 1950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실업률, 낮은 산업생산성과 맞물릴 경우 물가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디플레이션 우려 세력의 주장이다.
이들은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타격은 인플레이션의 파장을 넘어선다며 우려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디플레이션이 부른 재앙의 대표적인 예다.
특히 기업들 입장에서는 물가 하락세 속에서 이익을 낼 수 없어 결국 이것이 감원과 감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디스 이코노미의 마크 잔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6~12개월 간 가장 큰 리스크는 디플레이션에 있다”며 “과잉설비와 부동산 공실률이 매우 크고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기업체들이 이런 환경에서 가격인상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또 “연준이 금리와 통화정책 등을 통해 인플레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에 대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그렇지만 일단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면 빠져나오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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