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해용 코오롱 남성복개발 총괄팀장


"패턴만 맞춘다고 패턴사는 아냐"

5㎝. 어깨를 강조하고 슬림한 허리선을 표현하는 이탈리아 라인의 수트는 품이 넉넉한 아이비 라인에서 허리를 5㎝ 줄인다. 몸에 감기는 슬림 수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줄어든 허리라인 뿐만 아니라 어깨 팔 가슴 등 모든 사이즈가 디자인에 맞게 줄어들어야 한다.

신사복을 만드는 디자인에서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은 눈금의 전쟁이다.

엄해용 부장(60)은 코오롱에서 캠브리지맴버스와 맨스타 브랜드의 신사복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디자인팀과 제품 기획에서부터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신사복은 매장에 걸릴 수 없다.

패턴사란 평면에서 입체를 만드는 일을 한다. 수트를 만들기 위한 각 조각(패턴)을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재봉을 해야하는지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이너의 머릿속 아이디어를 현실에 맞게 창조해내는 '수트의 연금술사'다.

엄 부장은 "디자인 공부에서부터 봉제에 이르기까지 생산단계를 모두 총괄 할 수 있어야 패턴사라고 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각적 자질도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엄 부장은 43년간 신사복과 함께 동거동락했다. 60년대 양복점에서부터 신사복을 접하기 시작해 반세기 가까이 국내 신사복 역사와 함께 했다.

패턴사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86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거쳐 2007년 코오롱패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정장패턴 개발 및 기술지도를 총괄하며 코오롱패션의 남성복 패턴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코오롱 패턴작업실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휴지통을 만드는 일이었다. 당시 주변사람들은 캐드와 같은 제도 작업이 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패턴을 만들기를 원했었지만 그는 손으로 직접 그리는 작업을 강조했다.

디자인부터 봉제까지 양복생산 전과정 총괄
아직도 수작업에 매력
해외출장도 현장 학습


그는 "컴퓨터 작업을 통해서는 정밀한 제작이 가능하지만 손으로 그리는 패턴이 완성도 면에서는 더 뛰어나다"며 "손으로 그리면서 만들어질 옷을 상상하고 또 어떻게 제작해야하는 구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사복은 매우 민감한 제작 방식이 필요한 의류 가운데 하나다. 단순하게 보이는 상의에 필요한 패턴만 120여가지가 넘는다.

또 봉제를 어떻게 하는냐에 따라 착용감이 달라지고 입체감을 살리기 위한 주름도 필요하다. 그 모든 과정을 머리속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정확한 패턴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디자이너만큼 유행하는 최신 경향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 각광받는 원단에서부터 상의 뒷트임과 V존(목에서 부터 단추가 채워지는 곳까지 삼각형의 상의 라인)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물론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 전세계 트렌드를 습득해야한다.

엄 부장은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며 최신 트렌드를 익힌다. 패션쇼가 없어도 거리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패턴 공부에 교과서라고 한다.

"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생활 속에서 옷을 입고 있는지에서부터 공부가 시작된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과 포인트를 강조하는 옷의 라인 등 모든 것이 관찰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70년대 허리선을 강조한 콘티넨탈 스타일과 더블코트가 유행했다면 80년대는 넉넉한 일자로 떨어지는 아이비형이 자리잡았다.

90년대 들어서면서 몸에 붙는 자연스러운 라인과 디테일한 포인트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몸매를 강조하면서도 활동이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6월 중순 이탈리아로 향한다. 코오롱패션에 50여명의 디자인, 패턴사들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남성복 종합전시회 삐띠 워모(Pitti Uomo)를 참관하기 위해서다.

이 패션쇼에서는 수트 선진국인 이탈리아의 최고급 브랜드들이 모두 참가해 새로운 디자인과 원단 등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이미 내년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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