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기업 구조조정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은행들은 작년에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한 다섯개 그룹에 대해 약정을 갱신하는 한편 금호아시아나 그룹 등 4개 기업과 새롭게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부와 금융기관은 빠른 기업 구조조정을 늦춰왔다. 경제 환경이 너무 나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 금융기관도 구조조정을 늦추면 기업 부실화가 금융기관 자산 건전성을 해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향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고용 조정 등 다양한 문제들이 경제에 타격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발목을 잡아 왔다.

 

그런데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실제 소비와 생산도 추락을 멈추자 이제는 구조조정을 늦출 명분도 이유도 없다는 판단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은행 연체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늦춰 결국 일부 기업들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급속하게 악화될 위험도 커진 상태인 것이다. 이런 경우 팔 자산은 팔도록 줄일 비용은 줄이도록 압박해 기업 도산 위험을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때 채권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반적으로 금리가 떨어진다. 즉, 채권 가격이 오른다. 왜일까? 두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통화팽창 정책이 강화된다. 사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때 경제는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는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악화된다. 금융시장에서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중앙은행은 단기적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고 자금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시중 유동성을 풍부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을 수술 전 마취약 투입으로 설명하는 사람들도 많다.

 

둘째 기업 자금 수요가 감소한다. 사실 구조조정은 그 동안의 과잉 부분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 진행 과정 중에 기업들의 신규 투자는 억제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구조조정을 늦추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높은 금리를 감수하며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지만 재무개선 약정이 체결되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조급하게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어진다. 결국 돈을 풀어 놓은 상태에서 쓰는 쪽은 별로 없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우려가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지금 체결되고 있는 재무개선 약정은 대체로 계열사 매각 등 굵직한 구조조정 없이,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부실 기업의 유동성을 책임져 주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따지고 보면 실질적 구조조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형태의 구조조정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자금 수요는 지속되고, 중앙은행은 팽창정책을 유지하기 부담스러우며 시장금리도 떨어지기 어렵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부와 금융기관, 무엇보다 기업의 구조조정 의지가 현실화되는 양상을 잘 관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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