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주일 많은 국민들을 슬픔에 잠기게 한 노무현 전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그 먼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까지 가 직접 조문한 100만명을 포함해 전 국민의 10% 가까운 4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조문을 했다고 합니다.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의 소탈한 서민적 이미지를 사랑했다고 합니다. 장례기간 중 그의 소탈한 모습을 담은 각종 사진들이 공개되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 중 뒤에 손주들을 태우고 손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습니다. 퇴임 후 전원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아주 잘 드러낸 상징적인 사진이었습니다.
그 사진이 세상에 알려진 다음해인 지난 4월, 현직 대통령도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포항에 내려간 이명박 대통령이 자전거산업 육성을 선포하며 수백명의 시민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행사장에 들어오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전거산업 육성 의지를 사진 한장에 강력하게 담은 것입니다.
정책적 효과는 미지수지만 증시에 미친 영향은 강력했습니다. 지난해 가을 오바마 덕에 한단계 레벨업 됐던 자전거 주식들이 본격적으로 랠리를 시작했습니다. 4월 초순 7000원대던 삼천리자전거는 5월15일 장중 3만7000원대까지 폭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참좋은레져는 5000원대에서 2만1000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삼천리자전거가 3000원대, 참좋은레져가 2000원대 초반이었습니다.
증시에 자전거 주식이 너무 적어 아쉬웠는지 곁가지 테마들도 등장했습니다. 자전거도로용 칼라 아스팔트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라며 극동유화가 테마에 동참했습니다. 경량자전거용 티타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배명금속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상 모터가 달린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인기를 끌 것이라며 소형모터 업체 계양전기, 에스피지 등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하지만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자전거 테마주들은 15일을 정점으로 본격 내리막길로 들어섰습니다. 주가의 정점에서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삼천리자전거는 어느새 고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계열사인 참좋은레져도 어느새 고점대비 반토막 수준입니다. 더 늦으면 안되겠다 싶었는지 참좋은레져는 28일 2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습니다. 대장주들이 힘을 잃자 다른 곁가지 테마들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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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자전거 테마주들의 몰락에 이미 예견된 것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정부가 자전거 산업을 육성한다고 해도 국내 생산기반이 붕괴된 현실을 감안할 때 국내 자전거업체들이 받을 수혜는 별로 없는데 투자자들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했다는 것입니다. 저점대비 10배 가까이 늘어나 수천억원대로 불어난 시가총액에 비해 몇억원에 불과한 이익규모 역시 불안 요소였습니다.
자전거. 어떤 이들에겐 추억이고, 어떤 이들에겐 산업입니다. 증시에선 돈이었습니다. 삼천리자전거는 4월 초순 이후 약 5주동안 시총 3000억원이 늘었다 이후 2주동안 1700억원을 반납했습니다. 최근 2주간 자전거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에겐 자전거가 더 이상 추억은 아닐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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