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분향소만 전국에 200개를 훌쩍 넘을 정도다. 봉하마을과 전국 300여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이 벌써 3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도도한 흐름속에도 여지없이 이단의 목소리가 들린다. '패가망신의 도피처로 자살을 택한 것' '자살아니면 감옥에 가야' 등 독설도 끊이지 않는다.
'또 하나의 세상'인 인터넷상의 사이버 분향소에는 네티즌들의 각종 추모 글이 넘쳐난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마련된 사이버분향소에는 28일 현재 100만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노짱'에 대한 상념을 글로 표현하며, 고인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고인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안타까움이 추모글 마다 짙게 묻어난다. '좌도 우도 정쟁도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시라'는 한 네티즌의 기도가 눈길을 끈다. 많은 네티즌들이 고인의 인간미를 떠올리며 그가 이 세상에 없어 너무나 아쉽다는 넋두리를 쏟아낸다.
추모의 틈새에 숨어 뒤틀린 감정을 분출하거나 뜻 모를 욕설 등을 내뱉는 네티즌들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사이버 분향소에 올린 글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심이든, 비난과 원망이 배어있는 한탄이나 탄식이든 상관없다. 이들 모두 자신만의 목소리와 색깔을 그대로 담고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아저씨 친구 등 노 전 대통령을 부르는 네티즌들의 호칭도 제각각이다. 특히 'IT대통령'이나 '인터넷 대통령'이라는 호칭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네티즌들의 각별한 사랑이 느껴진다.
2002년 12월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젊은 네티즌들이었다. 1200여만 득표로 16대 대통령에 당당히 오른 '노짱'은 5년 임기 내내 IT 및 소프트웨어 발전에 공을 쏟아 IT코리아의 초석을 세웠다.
대통령 취임후 두달이 채 안된 2003년 4월22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정보통신의 날 행사에 직접 참석, IT인들에게 커다란 자긍심을 심어줬다.
노무현정부에서 정통부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국무회의 등에서 정보통신 관련 수치를 갑자기 질문받았을 때, 탁자 밑에서 몰래 양손으로 담당 국장에게 휴대폰 메시지를 보내 위기를 넘기는 순발력을 발휘해 '엄지족 IT장관'이라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더욱이 노 전대통령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 전문 프로그래머 못지 않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는 종합자료 관리프로그램인 '한라 1.0'을 직접 개발하며 스스로 'IT대통령' 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무단 유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e지원'이라는 청와대 업무관리프로그램을 고안한 것도 바로 그 자신이었다. 국무회의에서 첫 노트북 국무회의를 도입하면서 '정보통신 강국'을 역설한 사람도 역시 노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2004년 6월에는 국무회의에서 내부전산망을 통해 대통령비서실 비서관급 이상에게 인터넷 생중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IT코리아'나 'IT강국'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게 된 것도 아마 그 즈음이었던 듯 싶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한국은 선진국과 비슷한 움직임"…전 세계 2억320...
특히 그해 10월 과학기술부 수장을 장관에서 부총리로 격상한 것은 과학기술 입국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표현이었다.
사후(死後)에 인간 노무현의 진면목이 하나둘 드러나듯 'IT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족적이 새삼스레 크게 다가온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