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적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월스트리트 금융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된 요인은 오바마 행정부가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과 자동차 시장 지원, 건강보험 개혁 및 경기부양 계획 등 전례없는 지출 계획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은 정부 등의 수조달러 자금조달로 인해 비용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주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지난 11월이래 최고치로 급등, 3.17% 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볼 때 낮은 수준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에는 재정적자가 흑자로 전환하면서 5.7%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의 자금조달이 시작되면서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 재정적자 급증시 실질금리도 상승
이미 이번 회계연도의 첫 6개월 이내에, 연방적자는 9568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다. 시장분석업체인 라잇슨ICAP에 따르면 이같은 적자규모 급증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미 의회예산국의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GDP의 41% 수준이던 공공채무는 올해 GDP의 51%로 크게 늘었다. 이는 오는 2011년에 약 54% 수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다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 미국 정부는 약 2조달러를 조달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부채 급증에 따라 올해 하반기 중 재무부는 약 12조100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 재정적자 자문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경제에 대한 전망에 따라 금융 시스템 복원의 비용과 베이비붐 세대 은퇴 관련 지원을 고려한다면, 향후 몇년간 재정적자가 급속히 증가할 것"이라 밝혔다. 이 보고서는 "장기 실질 금리가 즉시 상승하지는 않겠지만 이같은 재정 흐름은 실질 금리를 높일 수도 있다"고 결론지었다.
몇 가지 관점에서 재정적자 확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는 민간 수요가 약할 경우 재정 적자 정책을 통해 공공 지출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정책은 한 국가가 적자를 모두 만회하고 경제 회복시 차입금을 모두 갚을 수 있을 경우에 한해 현실성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부채 조달이 민간의 차입 금리를 높여 투자를 몰아내는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경기회복의 가능성은 다시 사라지게 된다.
◆ 美국채 조달비용 높아질 수도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는 올해 6 개월 동안 장기 부채 3000억달러를 되갚는 특별한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시장 이자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이같은 전략은 얼마간 적중하는 듯 했으나 결국 장기 금리를 다시 상승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채무에 대한 이자비용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제기되고 있다. 의회예산국은 향후 10년간 정부가 지불할 이자비용이 내년 1720억달러에서 2019년 8060억달러로 무려 4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재정적자를 낮추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콘코드 연합의 찰스 S 코닉스버그 예산담당 수석 자문은 "점점 많은 이자비용을 지불하면서 이자를 내기 위해 돈을 빌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이는 납세자의 자산에 엄청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 말했다.
물론 지금까지 아무도 미국이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지 못할 것이라는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고 있다. 오는 6일에는 미국 정부가 이번 분기에 필요로하는 막대한 자금 규모를 발표할 계획이다. 재무부의 카티크 라마나탄 차관보 역시 "최근 금융시장 상황은 새로운 채권의 급격한 증가를 수용할 수 있다"며 "대규모 차입을 무난히 해결할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한가지 걱정되는 점은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불황을 겪고 있고, 다른 나라들 역시 차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다른 나라들의 재정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면 미국과 함께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차입 경쟁을 벌이게 될 수도 있다.
이미 중국은 미국에 막대한 금액을 대출해줬다. 중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1조9500억달러의 약 3분의 2 이상은 미국계 수익증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중국은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美정부, 국채 매각위해 창조적 노력 필요
이같은 우려를 진정시키고 적자를 메우려면 미국 정부는 창조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재무부는 더 자주 국채발행과 판매에 나서고 발행금액도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0년물 채권의 발행도 연 4회가 아닌 매월 발행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발행을 중단한 7년물과 3년물 발행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현재 논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50년물 국채도 발행해 수십억달러를 조달할 필요도 있다.
이와 함께 재무부는 FRB와 함께 시장 기능을 강화해 모든 국채 발행 경매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대량의 자금이 거래되는 상황이므로 더 낮은 베이시스포인트 단위까지 금리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세분화만으로도 납세자의 돈은 수십억달러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국채 경매 수요가 저조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정부가 과연 엄청난 국채를 모두 매각할 수 있을 지 우려했었다. 이같은 결과를 방지하고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 정부는 국채 입찰기관의 다양화를 꾀할 필요도 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미 국채의 프라이머리 딜러 수는 16개로 줄어들어 수십년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노무라나 MF글로벌과 같은 중소규모 기관들도 프라이머리 딜러로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