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대의 자동차업체 피아트는 4일 세계 자동차 업계 질서를 크게 뒤흔들 자동차 부문의 통합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피아트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크라이슬러와 제너럴모터스(GM) 유럽부문을 통합한 새로운 자동차그룹을 만들어 이를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르치오네 CEO는 피아트의 자동차부문과 오펠-복스홀 부문, 그리고 사브를 비롯한 기타 유럽 GM 사업부문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략적 제휴를 추진중인 미국 크라이슬러의 지분을 합쳐 총 매출규모 약 800억유로(약 1060억달러), 연간 판매대수 600만~700만대 규모 자동차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계획이 실현될 경우, 피아트는 일본 도요타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자동차 그룹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는 기존 자동차 업계 강자들인 르노닛산과 포드, GM, 폭스바겐 등의 매출 규모를 모두 추월하는 것이다.
그는 4일 오후 베를린에서 이같은 계획을 독일의 프랭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부총리와 칼-테오도르 주 구텐베르크 경제장관, 클라우스 프란츠 오펠 회장 등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마르치오네 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공업과 산업의 관점에서, 이는 천국에서 이뤄진 결혼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월 말까지 거래를 완료하고 새로운 회사의 지분 정리 및 교환 작업을 통해 빠르면 올해 여름까지 이른바 피아트-오펠 그룹의 탄생을 기대하고있다. 마르치오네 CEO는 피아트와 오펠의 시너지 효과가 10억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피아트가 독과점 금지조항을 비롯한 다른 정치적 장애물을 뚸어넘어 통합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회사는 GM 유럽부문의 10개 공장과 이탈리아 내 11개 공장을 합쳐 유럽 전역에 걸친 거대 자동차업체로 부상할 전망이다. 여기에 크라이슬러와의 제휴로 유럽은 물론 북미 및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도 큰 영향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대 자동차 그룹 통합전략으로 인해 30%에 이르는 지분을 보유한 피아트의 최대주주 아그넬리 가문도 지분이 줄어들게 된다. 마르치오네 CEO는 지난 2004년부터 피아트 자동차 그룹의 이베코 트럭, CNH 건설기계부문, 페라리/마세라티 고급차 부문의 분사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해 왔다.
FT는 피아트 마르치오네 CEO의 이같은 통합전략은 자동차 업계에서 그동안 논의돼 온 것이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위기를 틈타 강력한 사업의 확대를 노리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와함께 피아트가 GM과 크라이슬러의 자산을 사실상 거의 무료로 통합할 수 있는 기회라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마르치오네 CEO는 "매우 어려운 문제에 대한 아주 간단한 해답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획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을 결정한 뒤 불과 1주일도 못돼 나온 것이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의 제휴가 성공할 경우 지분 20%를 취득할 전망이다.
한편 피아트의 이같은 전략은 향후 경쟁업체들의 통합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은 독일에서의 정치적 반대와 이탈리아에서는 일부 노동 조합들이 반대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에서는 피아트의 부상으로 인해 자국 폭스바겐 자동차의 가장 큰 경쟁자가 탄생한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르치오네 CEO는 독일에서 자동차 조립 공장 폐쇄를 하지 않을 것이며, 일부 감원이 있더라도 이탈리아와 함께 공유할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우려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 그는 이미 GM 경영진과도 이같은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르치오네 CEO는 스위스 UBS 은행의 비상임 부회장도 맡고 있는데 그는 자신이 내년 UBS 경영진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일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며 "UBS의 내년 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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