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미국 금융사들의 '보너스 잔치' 파문으로 금융권이 미 금융당국의 표적으로 몰리자 은행원들 사이에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죄목으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 하원이,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사들이 지급한 보너스에 중과세를 매기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미 재무부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인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 따라 50억달러 이상 지원받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소득이 연 25만달러 이상인 직원이 받은 보너스에 대해 90%의 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자 금융권은 즉각 '반미주의적 조치' '맥카시식 마녀사냥(a McCarthy witch-hunt)'이라며 격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맥카시식 마녀사냥'이란 미 국무성 내에 간첩이 있다는 위스콘신주 출신의 상원의원 조셉 맥카시의 주장에 따라 1953년 당시 일었던 미국판 빨갱이 사냥을 일컫는다. 극단적인 반공주의자를 일컫는 맥카시이즘(McCarthyism)이란 말도 그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미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에 근무한다는 한 은행원은 "의회가 AIG에 대한 분노로, 미국 최대 산업 가운데 하나인 금융업을 퇴색시키고 있다"면서 "우리는 AIG가 아니다"고 분개했다. 그는 또 "이것은 맥카시식 마녀사냥이며 극심한 반미주의적 조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명 금융사의 중역 역시 "미국이 세계를 주름잡는 분야는 크게 금융·미디어·기술 등 3개 분야인데 보너스에 9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이 중 하나를 밖으로 끌어내 처단하는 격"이라며 마녀사냥식 조치라는 의견에 동조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에 근무하는 한 투자은행 직원은 "의회의 조치가 미국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며 "상품거래소들은 이미 급여수준을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의회가 금융업 종사자들에게 특별세를 부과함으로써 유능한 인재들을 잃게 된다면 금융시스템을 안정화 시키고,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에 차질이 빚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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