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의 대기업들도 전세계를 뒤덮은 불황의 먹구름은 피해가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그나마 선방한 기업과 경제난에 정면으로 부딪친 기업간에 성적표는 극심한 격차를 보였다.

일본의 상위 18개 주요 기업들 대부분은 환율·원자재 가격의 요동과 함께 금융 시스템 불안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수출 침체로 인해 지난해 3분기(08년10월~12월) 기업들의 경상이익이 무려 94.9%나 급감했다. 특히 해외 시장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및 가전 업체는 일제히 과거 경험하지 못한 큰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도요타의 3분기중 1646억엔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혼다와 닛산 역시 적자 신세로 전락했다.

또한 가전업계에서도 3711억엔의 적자를 낸 히타치를 비롯해 후지쯔, 파나소닉, 소니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의 적자행진이 이어졌다.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은 감원 등 극단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닛산은 2만명을, 소니는 1만6000명을 각각 해고하기로 했으며 이외에 NEC는 전기업계에서는 사상 최대인 2만명을 내보냈다. 고용유연성이 떨어지는 일본 인력시장의 특성상 최악의 감원 한파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불황 속에서도 종합상사들은 꽤나 선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합상사는 일찍부터 단순한 수출입 중심의 사업을 지양하고 해외 건설사업 수주, 자원 탐사로 눈을 돌려, 지난해 한때 천정부지로 치솟은 국제유가 덕을 톡톡히 봤다.

미쓰비시상사는 전년보다는 감소했지만 996억엔의 흑자를 기록했고, 마루베니는 전년보다 18.2% 증가한 436억엔, 이토추는 순익이 전년의 반토막 수준이지만 235억엔의 흑자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성장세를 회복되기 위해서는 수출기업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0년간 이어진 장기불황의 탈출구 역할을 했던 수출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

문제는 수출기업의 실적악화가 제품의 경쟁력 약화가 아닌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불황의 여파 때문이라는 점이다.

일본종합연구개발기구(NIRA)의 이사장을 지낸 이토 모토시게(伊藤元重) 도쿄대학 대학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금융 위기에서 촉발된 세계적 불황 속에서 일본의 생산 및 고용 지표는 사상 초유의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며 "게다가 엔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수출기업들을 압박,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일본기업들의 실적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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