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餘滴)
경향신문사 펴냄/1만2000원

여적(餘滴)이란 무엇인가? 한자는 남을 여, 물방울 적자다. 국어사전에는 붓 끝에 남은 먹물, 즉 글을 다 쓰거나 그림을 다 그리고 남은 먹물이란 설명이 붙어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책은 여적이 걸어온 길부터 끄집으며 독서여행을 친절히 안내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국제 등 입맛대로 한 권의 책속을 헤집으며 자유자재 종횡무진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어디 그뿐인가. 청장년과 노년층을 막론하고 독자로 끌어당기는 쓸모가 가치를 더한다. 그러므로 누구나 책장에 간직하고픈 기쁨을 순식간에 맛보게 될 것이다.

칼럼 '여적'은 현재 1만 8천여 건(1946~2008)에 이른다 한다. 여기서 보물 화씨벽(和氏璧)를 건네주는 마음으로 '딱딱한 신문 속에 피어난 시같은 에세이'를 추리고 골라내 책으로 묶었다.

계유생 닭띠이기도 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이렇게 사연을 전한다. "유목민 닭띠의 칼럼니스트는 잠시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이 신문 저 신문을 전전해 왔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여적을 쓰던 그 기간이 내 생애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보람 있었던 황금기가 아니었나 싶다"(49쪽)고 감회를 솔직하게 토로한다.

나도 하나쯤 고백한다. 책에도 나온다. '최명희와 혼불'(88쪽)이 그것이다. 신문(2007년 5월 17일자)에서 우연히 읽었던 적 있다. '소리 내어 읽으면 판소리가 되는 소설'이라는 대목에 당시 화들짝 놀랐더랬다. 해서 책을 구입하고자 했으나 아직 못했다. 다시 그 때를 생각하니 까맣게 잊었던 지나간 세월이 그립고도 안타깝다.

날이면 날마다 신문에서 여적을 읽었다면 이 책은 재탕으로 혹 지겨울지 모르겠으나 드문드문 나처럼 읽었던 독자라면 필독서하기에 안성맞춤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물(2부1장)이 나는 좋았으나 사람에 따라서는 사건(2부2장)이나 문화, 지구촌 등이 더 좋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책은 딱히 소설을 읽듯 처음부터 순서대로 책장을 애써 넘길 필요는 없다. 그저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좋고, 또 기억이 생생하고 만만한 시대를 따라 추적해 읽어도 아주 좋으리라.

놀라운 사실은 여적이 탄생한 배경에는 시인 정지용이 있었다는 역사일 게다. 기분이 상쾌해지는 책이다.









심상훈 북 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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