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하락장서 가치투자는 '버블 재생산'만 이끌수도
글로벌 경제침체 장기화가 이미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가치투자가 될까?
현상황은 기존 가치투자의 출발점이 아니라 종착점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저금리화가 장기화되고, 투기세력이라도 잡기위한 각종 규제철폐가 잇따를 경우 닷컴버블 붕괴이후처럼 단기 회생은 가능할 수도 있으나 서브프라임보다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기에 가치투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닷컴버블 붕괴이전까지의 대세상승장에서야 그야말로 '묵혀둬야 제 맛'인 가치투자가 빛을 발휘했지만, 현재와 같이 대세상승장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치투자란 빛바랜 옛말에 지나지 않는다.
바야흐로 대세하락장이 확인될 경우 가지고 있을수록 손실 위험만 커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MMF로의 자금유입은 증가하는 반면 기타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은 감소하는 현실과, "유동성이라는 것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라는 시장관계자의 푸념은 이와같은 현실을 반증한다.
"최근의 증시상승은 2007년 10월 이전까지의 상승추세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다. 거래량 급감에 따라 일부 종목의 급등에 지수전체가 이끌리고 있는 것 뿐"이라는 시장분석가들의 지적도 일맥상통한다.
물론 "대체에너지 및 바이오를 필두로한 '그린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금융시스템 붕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이다"고 밝힌 아이투자신탁운용주식회사 홍호덕 상무와 같이 그린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가치투자자들이 여전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닷컴버블붕괴로 인한 상처를 '첨단금융산업육성'이라는 새로운 버블로 재빨리 치유하려했다가 5년만에 다시금 버블 붕괴의 홍역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을 잊지말아야한다.
산업에도 경제와 마찬가지로 싸이클(순환주기)이라는 것이 있다.
각각의 산업이 제대로 무르익기도 전에 버블화하는 것은 오히려 그 산업의 생명주기를 단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닷컴버블붕괴가 낳은 금융산업버블이 붕괴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그린산업이라는 또다른 버블을 가치투자라는 명목하에 키우다가는 이번에는 5년도 못버틸지 모른다.
글로벌 주가지수 및 개별주식에 대한 리벨류에이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치투자의 기준 또한 바뀐다면 몰라도, '무조건 묵히면 된다. 장기투자가 최고다'라는 식의 묻지마 가치투자는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
최근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시스템트레이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가치라는 것에 대한 판단 자체를 배제하고자하는 투자자들의 의지의 반영이다.
바야흐로 '수정가치투자', '신가치투자'와 같이 가치투자를 보는 눈이 달라져야할 때다.
김경진 기자 kj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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