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 논란과 관련, 이 대통령은 야권은 물론 여권 일부의 퇴진 요구에도 20여일간 장고를 거듭해왔다.
◆'경제 빨리빨리' 연초부터 속도전 강조=이 대통령은 최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공식일정은 경제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경제살리기 없이 정국 정상화가 어렵다는 절박한 인식 때문이다.
IMF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4%로 전망했다. 또한 1월 수출실적은 전년도 동기대비 32.8%나 급감하는 등 한국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올 봄에는 구조조정의 확산에 따른 실업대란 등도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 연말 부처 업무보고를 모두 마무리짓고 새해부터 재정의 조기집행을 강조하는 등 본격적인 경제난국 극복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비상경제정부 수립을 선언한 이후 청와대 지하벙커에 비상경제상황실을 마련한 것은 물론 매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해왔다.
지난 4일 과천청사의 지식경제부를 찾아 수출실적을 점검하는 등 현장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5일에는 경기도 안양의 보건복지 129콜센터를 방문, 신빈곤층 대책 마련 등을 직접 지시했다.
◆'신중은 기본, 장고는 선택' 햄릿형 인사=반면 인사 스타일은 다소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신중하다. 깜짝인사를 자주 단행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이 대통령이 인사와 관련,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청와대에는 매번 함구령이 내려졌다. 이동관 대변인도 인사와 관련한 브리핑에서는 "공식적으로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발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인사와 관련한 최장 시간의 장고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진퇴 논란이다. 강 장관은 고환율 정책과 시장의 신뢰 상실을 이유로 정치권과 언론 등의 거센 사퇴 요구에 직면해왔다. 이 대통령은 "전쟁 중 장수를 바꿀 수 없다"고 교체론을 일축했지만 결국 1.19 개각에서 윤증현 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2기 경제팀을 출범시키면서 5개월에 걸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법질서 확립을 주요 국정기조로 내세운 이 대통령은 김석기 카드에 상당한 애착을 보였지만 여론의 부담을 넘지 못했다. 20여일의 장고 끝에 김 내정자의 사의를 수용했지만 일각에서는 뒤늦은 결정으로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밖에 한상률 국세청장의 사퇴 이후 공백이 된 후임 국세청장 역시 20여일째 주인이 없는 상황이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이와 관련,"이 대통령의 인사기준은 측근 말고는 없는 것 같다"고 비판하면서 "그런 사람들이 문제가 있어 내칠 때 너무 거북이 걸음이라 시장의 신뢰가 계속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