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세 서정밀 씨, 40여년 전 무임승차한 빚 30여만원 갚아

“젊은 시절 무임승차한 빚을 이제야 갚았습니다.”

치기어린 청년시절 서울 용산과 인천을 통근하면서 수개월 동안 무임승차를 했던 서정밀씨(64). 그는 사는 동안 내내 그게 마음의 짐으로 남아 늘 불편했다.

무임승차한 운임을 갚아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딱히 수입도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푼돈을 모아 30만원을 만들 생각으로 3년 전부터 적금을 들었다.

그런데 급한 일이 생겨 한번 적금을 타서 쓰는 바람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말았다.

지난 6개월간 다시 적금을 들어 30만원을 모아 이번에야 ‘해묵은 빚’을 갚을 수 있게 됐다.

설날 하루 전인 지난 25일 오후 7시30분, 코레일 수도권남부지사 인덕원역엔 초로의 신사가 찾아왔다. 그는 다름 아닌 젊은 시절 무임승차했던 빚을 갚으러 온 서 씨였다.

목포가 고향이고 안양에 살고 있는 서 씨는 용산~목포행 무궁화호 열차표를 30만원어치를 끊어달라고 했고 길정희 역무원은 좌석은 매진된 상황이라고 설명한 다음 입석표 15매(30만1500원)를 발권해줬다.

하지만 입석표를 건네받은 서 씨는 그 자리에서 다시 입석표를 반납했다. 좀 의아해하는 길 역무원에게 40여 년 전 무임승차 사연을 털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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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씨는 처음부터 고향에 갈 계획은 없었고 빚을 갚기 위한 방편으로 산 입석열차표인지라 “승차권 구입대금을 수익금으로 잡아달라”고 부탁한 다음 총총히 그 자리를 떠났다.

코레일 남부지사는 이날 밤 입금처리를 위해 받아놓은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고맙지만 고객님의 마음만 받겠다. 돈은 받을 수가 없다”고 돌려드리겠다고 했으나 서 씨는 한사코 거절하며 ‘감사하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서 씨는 통화에서 “무임승차한 빚을 어찌 갚을까 고민하다가 열차표를 사게 됐다. 이런 사실을 밝히기 싫어 그냥 열차표를 사서 버릴까도 했는데 반납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 돌려주게 됐다. 양심적인 빚이랄까, 살면서 무임승차했던 기억 때문에 맘 한 구석이 늘 어두웠는데 이제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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