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 대우조선 매각 무산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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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역전세난으로 지인 한분이 큰 고초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은 강남에 집한채를 갖고 있는 평범한 샐러리맨입니다. 직장생활 20년만에 서울 강남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분양대금 완납이 쉽지 않아 전세를 주고 수도권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습니다.


전세값이 폭락하면서 이분의 고초는 시작됩니다. 만기가 다 된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우리네 전세거래에서는 늘상 만기가 되면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때까지 기다려주는 이상한 '미덕'이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조차도 안되는 강남에서, 전세값 폭락으로 인한 전세값 차액을 아끼고 싶은 마음에 세입자가 보증금 반환 '원칙'을 고수한 것입니다.

집주인이자 세입자인 이 분은 졸지에 3억원이 넘는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는 빚쟁이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입니다. 은행 대출도 힘든 상황에서 무슨 수로 이 돈을 마련할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몇달이 지난 지금, 이 분과 세입자는 여전히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로 잘 살고 있습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급변하는 주변상황을 이해와 절충으로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거래와 협상에서 타협과 절충은 중요한 '윤활유'입니다. 집주인은 어렵게 빚을 내 보증금 일부를 인하해주고 세입자는 그런 집주인의 성의가 감사해서 다시 세입자로 남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개인간 거래의 단적인 예이지만 대우조선 매각과정과 비교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우조선 매각은 결국 무산 됐습니다. 인수합병과정에서 깨지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무산을 보면서 지난 3년여를 끌어왔던, 아니 외환위기이후 10년넘게 끌어왔던 매각과정이 단 석달만에 만신창이가 돼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세입자와 집주인간의 타협과 절충은 개인간의 거래라서 가능했을까요. 핵심은 이렇습니다. 양자가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자세와 악화되는 주변상황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보증금을 반환해줘야 한다는 원칙만 고집했다면 새해부터 송사에 휘말려 늘어나는 소송비용에 주름살만 늘었을 것입니다.


만약 산업은행이 공기관이 아닌 민영은행이었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대목이 아쉽습니다. 융통성을 발휘한다는 것이 마치 배임으로 비춰지는 현실속에서 산업은행의 고뇌에 찬 결정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글로벌 조선업체를 또다시 표류 시키게 된 것에 대한 후유증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의문입니다. 거세 풍랑이 치고 있는 업황은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번 결정으로 대우조선은 거센 풍랑을 헤쳐나갈수 있을까요.


매각 무산을 발표한 후에 대우조선의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산업은행의 입장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한화가 제안한 분할 매수를 뒤집어 해석하면 규모는 다르지만, 산은측의 향후 자산 매각계획과 무엇이 다른지 되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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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관인 산업은행이 배임이라는 책임이 두려워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산업은행도 조선시장의 악화에 따른 기업 가치 하락과 국제금융시장 악화에 따른 기업의 자금조달난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앞으로 몇년동안 새주인을 기다리며 '유랑인' 신세로 남게될 대우조선을 보면서 혹독한 경제한파속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결정도 책임이 무서워 실기 하지 않을지 더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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