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 그 성공의 조건] <3> 패트리샤 워츠 ADM 회장
석유업체 업무·구조조정 경력 큰자산
안전운동 펼치며 노동자 최대한 배려
바이오에탄올 투자 확대.. 미래 대비


지난 2003년 남부 캘리포니아의 무더운 날 오후, 셰브론의 한 정유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유쾌한 바베큐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바베큐를 굽는 사람들 중에는 매력적인 중년여성이 눈에 띄었다.

남자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정유공장에서 여성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에 늦게온 사람들도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함께 어울려 파티를 즐기며 이것저것 대화를 나눴다. 그들이 나눈 대화 속에는 노동자들의 힘든 삶의 경험과 그 속에서의 보람,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일과 회사에 대한 생각 등이 모두 녹아있었다.

나중에 셰브론 회장단 소식이 게시판에 사진이 걸렸을 때 그들은 놀랐다.

당시 파티에 함께 했던 여성이 바로 셰브론의 부회장이자 상품 사업부 최고경영자(CEO) 패트리시아 워츠였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 당시 한 직원은 "이전까지는 경영진은 아무도 우리처럼 전신작업복(coverall)을 입은 사람들와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죠"라고 회상했다.

◆ 지원한 모든 기업에 합격한 소녀
어린시절 복잡한 수학문제 풀기를 좋아했던 워츠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대학시절 그의 은사는 워츠를 유난히 잘 기억하고 있다.

그는 당시에 대해 "워츠는 지원서를 내는 모든 기업에 합격하는 학생이었다"며 "당시에 그런 일은 매우 드물었다"고 말했다.

워츠는 유명 컨설팅업체인 언스트앤영을 거쳐 당시 석유메이저였던 걸프오일의 내부조사팀에 소속돼 기업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자산가치 평가, 투자분석 등의 업무를 맡았다.

워츠는 "당시의 경험이 내 커리어에서 중대한 전환점이었다"고 회상한다. 이 때의 경험으로 훗날 경영자로서 꼭 필요한 의사결정 능력과 판단력과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걸프오일은 1984년 셰브론으로 합병됐고, 워츠는 승승장구하며 2001년 셰브론 부회장에까지 오른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2년초 자신이 맡았던 상품 부문의 순이익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영자로서 큰 위기가 찾아왔다. 사고와 가동률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순이익이 하락했지만 무엇보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급락으로 석유 정제마진이 폭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워츠는 자신이 맡고 있던 생산 부문의 구조든정을 단행, 5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이 때 물러나게 된 한 임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셰브론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안됐다"라며 "모든 점을 다 고려한다면 워츠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놓쳐선 안돼
워츠는 성공적인 여성으로서 여성이기 때문에 특별히 힘들었던 적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항상 같다. 워츠는 여성이어서 특별히 불리하거나 유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워츠는 오히려 여성이라고 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희생하려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워츠는 세명의 자녀를 뒀는데 첫째를 낳고 2년뒤에는 쌍둥이를 출산했다. 당시 그는 출산을 한 뒤 직접 차를 몰고 임원회의에 참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워츠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항상 현장에서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CEO로 기억되고 있다. 셰브론은 석유메이저였고 정유산업은 지극히 안정적이었다.

상품부문 CEO 였던 워츠는 안전에 가장 큰 비중을 뒀고 생산중단이 없도록 챙겼다. 당시에는 정유공장에는 작업안전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지 않아 사고도 많았다.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에게도 치명적일 뿐아니라 생산도 차질이 있게 돼 회사의 수익성에도 차질이 오게 된다. 워츠는 노동자의 개인적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안전운동을 전개했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70~80%까지 줄였다.

이 때의 성공적인 구조조정 경험은 그에게 소중한 자산이 됐고 나중에 경영자로서도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 마침내 최고경영자가 되다
항상 최고경영자를 꿈꿨던 워츠는 2006년 곡물가공업체 아처다니엘스미드랜드(ADM)으로 옮겨 그 꿈을 이룬다. 당시 몇명의 쟁쟁한 남성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따낸 승리였다. 이때 처음 워츠와 만난 한 임원은 "누구나 첫인상을 줄 수 있는 기회는 한번 밖에 없다"며 "그리고 워츠는 가장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ADM은 옥수수와 콩 등을 가공처리하는 단순한 곡물가공업체에서 벗어나 옥수수로부터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하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에너지 업계를 잘 아는 워츠의 경험과 탁월한 관리능력을 필요로 했다.

ADM은 지난 2007년 10월 분기 결산시 기업 역사상 최대의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워츠는 전세계 직원들과 똑같은 금액으로 지역과 직위, 역할에 구분없이 성과를 나누기로 결정했다. 쉽지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렇게 나누기로 한 이유에 대해 워츠는 "모두가 같은 조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정신을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위기는 곧 기회..투자 주력
ADM은 현재 미국내 바이오에탄올 공급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 미 에탄올시장의 주요 경쟁자였던 베라선에너지가 지난해 10월말에 파산하면서 ADM는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ADM은 당분간 이 자리를 확실하게 지킬 전망이다.

워츠는 CEO에 오른 2006년이후 최근까지도 최고의 매출을 계속 올렸다. 이 기간 동안 유가 급등으로 인해 곡물가격도 함께 급등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바이오에탄올 붐을 타고 ADM의 주가도 한때 세 배가 넘게 급등했다. 최근 경제 위기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지난해 하반기의 저점대비 두배 이상 다시 뛰어오른 상태다.

바이오에너지 산업 등 대체에너지 정책을 주요정책으로 내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은 ADM에게도 유리한 경영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바이오에탄올 산업은 세제혜택이 지원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생산원가의 대부분을 지원하는 보조금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또 바이오에탄올 산업보호를 위해 에탄올 수입에 높은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물론 ADM도 최근의 경기침체의 타격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 비관적인 전문가들도 있지만 워츠는 미래 성장가능성을 보고 바이오에탄올 생산시설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워츠는 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에 대해 "시장은 오래된 친구와 같다"며 "가끔 멀어질 때도 있지만 다시 가까워질 때도 있다"고 말한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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