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경영관행 과감히 버리고 '변신 시도'
올해 브랜드와 품질, 시장지배력 측면에서 선두를 달리던 글로벌 기업들이 쇠퇴하고 경쟁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번 불황을 지나면서 이른바 '전통 명가(名家)'들이 몰락하고 기업간 경쟁 구도가 대대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1일 '2009년 글로벌 기업경영 8대 이슈'를 발표, '전통의 명가'를 자처하던 다수의 글로벌기업이 몰락하고, 글로벌기업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면서 업계순위와 경쟁구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난과 매출부진이 겹치자 업종을 불문하고 많은 전통명가들이 단기간에 몰락했다"면서 그 예로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GM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자산규모 1조달러에 달하던 초대형 글로벌 금융이관인 메릴린치는 지난해 9월 BOA에 매각됐고 글로벌 선도 금융이관의 지위를 100년 이상 유지해온 리먼도 한순간에 파산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글로벌 기업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면서 업계 순위가 급변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GM-크라이슬러(자동차), 마이크론-프로모스(반도체), 에어 프랑스-알리탈리아(항공서비스)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자동차, 반도체, 항공서비스, 금융업, 통신 등 과점화된 성숙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M&A와 전략적 제휴 등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특히 글로벌기업간 합종연횡을 통해 전대미문의 글로벌 초대형기업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이어 불황의 골이 깊어지자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의 경영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있는 것 역시 올해 기업경영의 이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구글은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란 기본원칙을 깨면서까지 지금껏 금기시해왔던 독주 및 도박 광고를 미국과 영국에서 허용함으로써 매출확대를 도모하고 있으며 애플은 애플스토어나 at&t(아이폰 독점 취급 이통사) 대리점 위주의 기존 유통전략에서 벗어나 미국 내 2500개 월마트매장에서도 아이폰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산 철강재만을 고집해오던 도요타도 외국업체들에게 문호를 전면 개방하는 쪽으로 방침을 변경하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보고서는 이밖에 올해 글로벌 기업경영의 10대 이슈로 ▲비상경영체제 돌입 ▲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확대 ▲불황형 제품·업종의 부상 ▲임직원 마음관리 ▲신흥시장 옥석가리기 ▲녹색성장 추구 ▲좋은 기업(good company)' 의미 재인식 등을 꼽았다.
한편, 한국 기업은 올해를 바닥 다기지의 원년으로 삼고 기본에 충실해 불황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CEO의 통찰력으로 투자와 M&A, 인재 육성 등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을 제안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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