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뚝 끊긴 식당·재래시장
작년 10월부터 매출 절반.. 설대목 기대 안해
소상공인진흥원 "식당 대규모폐업 더욱 늘것"
지난 15일 저녁 오후 8시. 남대문 시장 뒷골목에 자리 잡은 한 식당 창문에는 ‘3층 임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생선구이가 전문인 이 식당은 경기가 한창일 때에는 손님도 많아 여러 명의 배달 아주머니가 연신 음식을 나르고, 1~3층 공간을 활용해야 했었지만 지금은 저녁시간에도 서너 개 밖에 없는 테이블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식당 주인인 고 모 할머니는 “시장 경기가 안 좋으니 상인도, 손님도 줄고, 덕분에 먹고 살던 식당도 많이 줄었고, 이 골목에도 저녁까지 장사를 하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라면서 “나이 든 우리야 평생해온 식당 문을 닫아도 문제는 없지만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으로 서민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가장 먼저 음식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되도록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외식 횟수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차도와 인접한 남대문 시장 식당 골목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돼지머리 수십여개를 잔뜩 쌓아놓고 좁고 긴 의장에 삐집고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던 모습은 추억으로만 남았다.
손님 수는 열명을 채 넘지 않았고, 상인들을 상대로 한 식당에는 식판 수십여개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시장의 메인 골목은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지만 대부분 퇴근길에 구경만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다. 장사가 안 되는 가게 주인,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거나 일찍 문을 닫고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동대문 시장은 남대문 시장에 비해서는 북적한 편이었다. 하지만 옛 흥인시장 앞에 늘어선 동대문시장의 명물 포장마차촌도 추운 날씨 만큼이나 한산한 모습이었다.
닭꼬치를 파는 포장마차 아주머니는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고 흥인시장, 덕흥시장이 재개발돼 상권이 사라지면서 손님도 크게 줄어 하루 벌이도 쉽지 않다”면서 “1000원짜리 꼬치도 고민해서 사먹는 사람들을 보니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내 일반 식당도 마찬가지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해산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일 평균 130만원이던 매출이 70만원 이하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면서 “3년 전 창업을 한후 지금이 장사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광장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이 모씨도 늘어나는 빛 때문에 장사를 끝내고 마시던 술이 요즘 부쩍 늘었다. 이 씨는 “새벽 늦게까지 문을 닫지 않을 만큼 사람들이 북적되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12시가 넘어가면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다”면서 “지난해부터 매출이 40% 정도 떨어져 사위한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딸과의 관계도 나빠졌다”고 밝혔다.
지방시장도 사정이 크게 다르디 않다. 부천시 자유시장에서 청과물 장사를 하는 박 모씨는 “작년 10월경부터 안 되더니 지금은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설이 되도 별로 분위기가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손 모씨도 “작년에 비해 매출이 30%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 건어물은 다른 것에 비해 설 대목을 약간 일찍 타는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재래시장은 대목이 사라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소상공인 경기동향 모니터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업종을 포함한 조사 대상 440개 소상공업체의 58.9%가 최근 6개월간 매출이 줄었다고 한다.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는 ‘고객의 씀씀이 감소(26.9%)’, ‘내수경기 위축(21.4%)’을 꼽았다.
진흥원은 음식업종의 경우 11월 이후부터 사정은 더욱 악화돼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한 경우가 늘어났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젊은층들이 많이 찾는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도 경기 불황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런치 프로모션을 새해 들어서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한창 때에는 안했던 행사라고 한다.
매드포갈릭, 토니로마스, 스파게띠아를 운영하는 썬앤푸드 관계자는 “소비계층의 양극화가 심화돼 감을 잡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면서 “외식이 부담스러운 중산층을 유인하기 위해 업계 전반에 걸쳐 예년에 비해 할인 행사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웃백의 경우 매출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매장을 특화매장으로 리뉴얼하고 있다. 회현점의 경우 돌잔치 전문 매장으로 바꿔 월 20여 차례 진행하고 있으며, 대학가 주변에는 가격이 저렴한 메뉴를 메인으로 취급하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