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급속히 번지면서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수장들도 한결같이 올 경제를 암울하게 전망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수 침체와 수출증가세 둔화로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경기가 위축되면서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지키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기업 도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투자가 중단되고 성장 동력의 근간이 훼손되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대규모 도산과 실업사태를 걱정했다.
이는 현실 지표에도 그대로 나타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일감이 줄어들고 실직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도 중기는 206개로, 10월 211개에 이어 두 달 연속 200개사를 넘었으며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도 11월에는 2만4000명, 12월에는 2만7000명으로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 수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10대~30대의 신규고용이 급격한 마이너스를 기록해 청년실업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업별 고용상황도 제조업, 건설업, 도ㆍ소매업 등 주력부분에서 신규 고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개인ㆍ공공서비스업과 농림어업에서는 늘어 실직자가 영세 개인사업을 하거나 시골로 낙향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비록 우리만의 실정은 아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2010년까지 회원국 1000만 명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2000만명~25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미국도 지난해 12월 민간부문에서 69만3000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1년동안 실직자가 240만 명에 이르며 실업률도 15년 만에 최고인 7%로 급등했다.
세계 각국은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까지 나서 일자리 마련과 청년실업에 적극 대처하고 있으나 실효는 미지수이다. 영국은 인턴직 3만5000개를 늘려 정부의 보조를 받는 인턴을 25만 명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며 중국은 원자바오총리가 직접 나서 기업들에게 까다로운 조건을 따지지 말고 청년들을 흡수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올해 정책기조를 일자리를 지키고 만드는데 최우선을 두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으로 서민의 삶이 위협받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 저소득층이나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실업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녹색뉴딜을 통해 96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17개 신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해 향후 10년간 3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행도 하기 전 공공부문 일자리가 대부분 중단기의 비정규직인데다 보수도 월100만원 안팎인 단기처방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녹색뉴딜로 창출되는 일자리도 건설과 단순 생산직이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문 기술관리직은 3만5000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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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규모 산출도 '건설업의 경우 10억원을 투입하면 16.6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한국은행 취업유발계수를 적용한 것으로 '숫자 놀음'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 정부가 회심작으로 내놓은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사업의 1호 수혜자가 캐나다에 미용사로 취업하는 30대 중반의 여성이라니 조금은 동떨어진 느낌이다.
정부가 연일 발표하는 고용정책이 국민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다. 정책은 재탕이고 일자리 규모도 이미 발표한 사업들의 합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근로자나 실직자들의 의욕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보다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경제위기가 사회위기로 번지면 경제회생은 더 힘들어진다.
현재의 일자리를 지켜 총고용을 유지하며 실직공포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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