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기에 나선 소유자들의 한숨이 깊어만 가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집값이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어, 최대한 값을 낮춰 집을 내놔도 구경오는 사람 조차 없다.
경기도 용인에 지난해 여름 대형 아파트를 가진 박춘신(가명, 43)씨는 아이들 교육 문제로 강남으로 들어가려고 집을 내놨다. 하지만 6개월째 한숨만 내쉬고 있다.
계획돼 있던 인생 스케줄도 헝클어지고, 아이들이나 아내도 지친 상태다.
요즘 집 팔려는 사람들은 직접 두 팔을 걷어부치고 다리 품을 팔아 내집 처분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박씨는 인터넷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 직접 물건을 올리기도 한다. 메아리 없는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는 일은 이제 일상사다. 퇴근 무렵 집 근처 중개업소에 들르는 건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는 사이 집값은 계속 떨어졌다. 주변 집값은 여름철보다 30% 가량 빠졌다. 박씨도 벌써 세차례나 값을 내려 급매물로 내놨다. 주변 시세보다 2000만원이나 낮은 가격이다.
지난 여름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집을 내놓은 박 씨는 집 처분이 이렇게 힘든 일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집 근처 중개업소에 연락해 매물을 내놓고 한 달간 마음 편히 지냈다. 추석이 지나고 성수기가 찾아오면 문의가 늘어날 줄 알았다. 하지만 두 달째로 접어들면서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번화가 중개업소로 범위를 넓혔다. 결국 석달 동안 박씨의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급한 마음에 지인의 말을 듣고 부동산 정보업체를 찾았다. 정보업체 3군데에 집을 내놨다. 몇 번의 매수 입질이 왔지만 터무니 없이 값을 깎는 바람에 번번히 무산됐다. 울컥 하는 마음에 화도 났다.
이후 박 씨는 벽지를 새로 바르고 내부 수리에 들어갔다. 화장실도 리모델링 했다. 매수자들이 집보러 왔을 때 환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예비 매수자가 집을 보러 오는 날이면 기르던 개도 목욕시켰다.
수리가 끝난 지난 연말에는 지인들을 집으로 초청해 때아닌 집들이를 열었다. 술이 들어가면서 박 씨는 집에 대한 자랑을 늘어놨다. 입 소문이라도 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마저도 소용없자, 그는 부동산 브로커들을 찾아 나섰다. 직거래나 교환이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에서다. 하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을 수가 없었다.
교환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은 '곧 대박을 칠꺼다'라는 둥 번지르르한 말만 늘어놓았다. 직거래를 하겠다고 나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집이 더 좋다며 웃돈을 요구해 박씨의 염장을 질러놓았다.
지금은 한 경매정보제공업체에서 진행하는 민간 경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요즘 상황을 봐서는 그것마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초여름부터 꼬박 집 팔기에 체력을 소진한 박 씨는 한 예비 매수자로부터 집을 보러 오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박씨는 '필매(必賣)'를 다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이 매도가 어려운 시기에는 매수자의 세심한 마음까지도 고려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매물을 깨끗하게 정돈한 상태에서 매수자를 맞이하고 매수자에게 가격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의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집에 대한 장점을 설명하되 너무 안달하거나 말을 너무 많이 해서도 안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경기침체로 집을 팔지 못한 매도자들이 증가하면서 매도를 위한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예년에 비해 늘고 있다"면서 "3~4월 성수기를 대비해 집 팔기를 준비하고 가구 재배치 등을 통해 집이 커보이게 하는 것도 좋은 매도 전략의 하나"라고 귀뜸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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