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과 효성은 대표적인 라이벌이자 앙숙이다. 폴리에스테르에서 시작해 타이어코드,필름, 수입차에 이르기까지 한치의 양보도없는 혈전을 벌였다.

2000년대 중반 효성이 세계 시장에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로 성가를 누릴 때 코오롱은 화섬사업의 부진, 노조와의 대립으로 효성에 밀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R&D투자였다. 효성은 IMF 외환위기로 연간 R&D비용이 170억원대로 내려가긴 했으나 매년 200억원대를 유지했다가 최근 3년간 매년 100억원씩 늘었다. 지난해에는 600억원을 넘었다. 반면 코오롱은 1990년대 중반 R&D투자가 줄더니 2000년대 초반 140억원대로 떨어졌다. 그런 코오롱이 2000년대 중반이후 설비투자와 R&D투자를 늘리더니 280억원을 돌파했다.

대표적인 성과가 2005년경 미국 듀폰, 일본 테이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한 첨단산업용 소재인 아라미드섬유다. 코오롱은 한발 더 나아가 구미공장의 아라미드섬유사업에 1500억, 김천공장의 필름사업에 500억원 등 2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노사관계도 더 없이 좋아졌다. 지난해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 매출과 영업익을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의 재기는 불황기일수록 R&D투자와 마케팅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실제로 제일기획이 1997년 기준 광고비 집행 상위 200개사를 분석해보니 국제통화기금(IMF) 불황기(1998~1999년)에 광고비를 늘린 삼성화재 동서식품 롯데칠성 웅진코웨이 등의 기업은 같은 기간동안 1997년 대비 약 2배(199%)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지만 광고비를 축소한 기업은 매출이 94%로 하락했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가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420개 기업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포스코, LG화학, 현대모비스등 18개 기업만이 고(高)성과 기업군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들 모두 최근 5년간 모두 시설과 R&D투자에 적극적이었다는 게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이다.

일부 기업들이 단기간 성과가 나지 않는 R&D투자를 줄이고 마케팅비용은 무조건 삭감하고 있다. 한 유화업체 홍보담당자는 "고심끝에 마케팅예산 30%절감방안을 보고했더니 사장이 단박에 '-50%'로 고쳤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한다. 불황에 이기는 게임을 하려면 무조건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선택과 집중, 맞춤형 전략을 펴야 한다. 자칫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막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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