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엔 택시가 다 아반떼였어요. 지금은 단 한 대 찾기도 어렵죠."
베이징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차 안, 현지 가이드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차창 밖 도로는 BYD와 지리, 낯선 이름의 중국 전기차들로 빼곡했다. 그 사이에서 현대차 엠블럼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모터쇼장 주차장에서 싼타페 한 대를 발견했을 때, 안도에 가까운 반가움이 먼저 들었다.
연간 100만대가 웃도는 중국 판매량을 기록하던 현대차는 2016년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며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빅 3'으로 불렸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 이후 판매량이 20만대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BYD나 지리 그룹 등 현지 브랜드의 전동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도 있다.
이번 베이징모터쇼가 현대차에 각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시장 맞춤형 모델 '아이오닉 V'를 앞세워 재기의 의지를 공식화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한때 현대차가 베이징을 아반떼로 뒤덮었던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였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은 낡고 매연 심한 폭스바겐 택시를 갈아치워야 했고, 그 틈을 현대차가 파고들었다. 중국 택시 시장에 맞춰 다듬은 아반떼는 한때 점유율 80%를 넘겼다.
18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가 다시 꺼내 든 카드도 현지화다. 자율주행은 중국 모멘타와 손잡아 레벨2+를 구현했고, 배터리는 중국 CATL을 택했다. 색에도 의미를 담았다. 무대 조명이 켜지자 등장한 아이오닉 V는 황금빛이었다. 중국인이 부와 행운의 상징으로 가장 사랑하는 색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그 앞에서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를 향해'라는 야심찬 슬로건을 꺼내 들었다.
앞으로의 전략도 기대를 갖게 한다. 중국은 자율주행과 '달리는 컴퓨터'로 불리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경쟁이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현대차는 이에 맞춰 2028년까지 자체 SDV 플랫폼을 내놓고, 운전자가 손을 떼도 차가 알아서 주행하는 레벨3 자율주행을 탑재하기로 했다. 땅이 넓어 한 번에 멀리 가야 하는 중국 운전자들을 위해, 배터리가 부족하면 엔진으로 전기를 만들어 주행거리를 늘리는 전기차(EREV)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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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졌다. 단순히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브랜드를 넘어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 압도적인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2030년 50만대 판매라는 목표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다음 출장길에선 현대차 엠블럼이 '반가운 우연'이 아닌 '당연한 풍경'이 되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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